일본 그랜저? 급이 다르다 ‘원조’ 하이브리드 토요타 크라운 [시승기]

토요타 크라운 하이브리드.

 

일본 토요타 그룹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원조’로 불린다. 도요타 그룹이 하이브리드 특허를 최근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타의 최상급 모델인 크라운을 시승했다. 크라운은 3일간 진행된 긴 시승에서 만족감을 선사했다.

 

한국에서는 크라운을 두고 현대자동차의 그랜저와 비교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비교다.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크로스오버 차량은 일반 자동차와 SUV의 장점을 결합한 다목적 차량으로, 크로스오버 SUV(Crossover SUV) 또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이라고도 불린다.

 

세단인 그랜저와는 차의 성향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그랜저와 비교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6세대에 걸친 인식이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크라운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단형 택시가 대표적 이미지다. 반면 국내에 상륙한 크라운은 클레식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게 특징이다. 이 점도 그랜저와는 다른 점이다.

 

그랜저는 패밀리 세단 또는 임원차로 불리곤 하는데, 차를 구매하는 연령대가 크라운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크라운 역시 같은 패밀리 세단이지만 그랜저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다. 그랜저가 한국에서 갖는 인식과 크라운이 갖는 인식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그랜저는 ‘성공의 상징’이었다.

 

반면 이번 크라운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토요타만의 탁월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해지면서, 연비 등 실용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3일간 출퇴근을 비롯해 고속도로 주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부드럽고 △민첩함 △똑똑한 비서 같았다.

 

시승차는 ‘Dual Boost HEV’(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로 무려 21인치의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타이어 인치 수가 커지는 만큼 승차감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만 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그랜저(기자의 차량, IG페이스리프트)와 유사한 승차감을 보였다. IG그랜저는 현세대보다 탄탄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특히 모터가 장착돼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전기차와 같은 승차감을 제공하고 이중 접합유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고속 주행시 큰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편안한 승차감이 더해져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또 토요타만의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은 시내 구간에서의 연비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막히는 출퇴근 시간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에서도 348마력에 달하는 엔진을 품고 10㎞/ℓ를 넘나드는 훌륭한 연비를 나타냈다. 대형에 고배기량, 전기모터, 배터리까지 장착된 차량이란 걸 감안하면 연료 효율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승한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11㎞/ℓ 전후로 경제적인 편이다. 같은 모델 하이브리드보단 낮다.

 

고속에서의 드라이빙 즐거움도 빼놓지 않았다. 시승 차량은 무려 348마력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된 모델로 넘치는 힘에 부드러운 승차감 그리고 연료 효율이 더해졌다.

 

가속은 굼뜸이 없었고 직진성이 매우 훌륭했다. 이에 장시간 운전에 피로감이 덜했다. 차의 기본인 직진성이 부족할 경우 끊임없이 핸들을 조타하며 도로 중앙을 유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비교적 차체가 작고 가벼운 경차가 해당한다.

 

또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더해져 실제 주행속도보다 실내서 느끼는 속도감이 덜 느껴졌다. 16세대에 걸친 노하우가 집약된 만큼 주행 성능도 보장됐고 민첩성 또한 좋았다. 다만 급격한 조작에서는 차량이 휘청이는 롤이 발생했다. 고속에서의 연비는 최대 13㎞/ℓ정도로 준수한 편이었다.

 

편의 기능에서는 주행 보조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최근 출시된 차량에는 주행보조시스템이 장착돼 특이점은 없었으나 상태에 따라 안내 문구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며 똑똑한 비서 역할을 했다.

 

예컨대 주행 중 실내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주행하니 ‘창문이 열렸다. 창문을 닫겠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다른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재미있고 똑똑한 기능이었다.

 

이번 세대 크라운은 올드한 이미지는 모두 털어내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했다. 시승차는 ‘EMOTIONAL RED 2’(이모셔널 레드) 색이었는데, 보기 드물게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스포티한 차량이었다.

 

이에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받을 거로 보인다. 여성 운전자라면 보통 경차 운전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의외로 SUV 등 큰 차량을 모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육아나 마트 장보기 등 일상에서 편리하고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트렁크 기본 적재 공간도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2열이 폴딩 돼 골프 캐디백은 4개는 들어갈 정도의 여유를 보인다.

 

다만 통풍 시트의 바람이 약한 건 아쉬운 대목인데, 실내 소음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크라운 하이브리드는 실용성과 안락함을 중요시하는 운전자에 적합한 패밀리카로 젊은 신혼에 잘 어울릴 거로 보인다. 크라운에는 추후 자녀가 태어나도 부족함 없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