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격’ 판단과 부당거래 딜레마 [알아야 보이는 법(法)]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10년 넘게 부당한 거래단계를 추가(이른바 ‘통행세’ 거래)해 그룹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A그룹 계열사에 과징금 259억원을 부과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1년 7월 과징금 259억원 중 189억원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지난 7월25일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1두49444 판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정상가격’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간의 부당지원에 관한 사례에서 대법원의 기본입장은 이렇다. ‘정상가격’은 지원 주체와 지원 객체 간 이뤄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 이뤄졌을 때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두11268 판결,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9도1906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입장을 더 살펴보면 ”정상가격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위반액 산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피고가 해당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해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해당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안 된다. 먼저 해당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해당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살펴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상가격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산출되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어디까지나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등 참조)”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정위는 국산 전기동 거래의 정상가격을 산정하면서 ‘원고 3 회사와 갑을병정 4개사 간 직거래 가격’과 ‘원고 1 회사와 비계열사 간 거래 사례 중 원고 3 회사가 갑을병정 4개사 각각에 대하여 판매한 물량과 유사한 물량의 거래가격’을 비교한 뒤 위 두 가격 중 낮은 가격에서 유통 마진을 차감한 금액을 최종 정상가격으로 산정했다.

 

또한 수입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서는 동일 사례가 없는 탓에 실제 거래가 있었던 해당 연도에 장기계약으로 동일한 등급과 브랜드의 전기동을 유사한 거래 조건으로 구매한 사례가 있으면 이를 유사거래로 선정했다. 유사거래가 없다면 원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직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그 기준 가격에서 원고 3회사의 유통 마진을 t당 5달러로 산정해 차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입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서는 서울고법의 적법 판단을 인용한 반면, 국산 전기동과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산정한 유사 사례를 기초로 산정된 정상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가 정상가격 산정을 위해 선정한 유사 사례의 거래 물량은 원고 3 회사가 갑을병정 4개사에 속한 개별 회사와 각각 거래한 물량이어서, 원고 3 회사가 갑을병정 4개사의 물량을 통합해 원고 1 회사와 거래한 이 사건 국산 전기동 거래의 물량과는 그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판결은 ‘유사한 사례와 해당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정상가격 산정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즉 거래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사 사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가격 신호에 따라 자생적으로 움직이므로, 정상가격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부당지원 행위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규정을 적용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법 위반이 없을 때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작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정상가격 자체의 판단이 어려우므로 차선책으로 ‘조정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산출되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을 공정위에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부당지원 행위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제공 행위든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상당히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 ‘상당히 유리하게 거래하는 경우’엔 문제 소지 있다는 것이 현행법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함을 토로하기 일쑤다. 어쨌든 경쟁당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지원행위라고 판단이 될 때는 대법원이 경쟁당국에 요구하는 수준의 과정을 거쳐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거래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