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지구는 정말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미국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은 지난 12일 오전 6시45분쯤(미국 동부시간) 우주선 밖에 몸을 내밀고 칠흑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푸르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약 730㎞ 고도에서 시속 2만5000∼2만6000㎞의 속도로 움직이는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드래건’ 외부에 매달려 12분간 이리저리 움직였고, 이 장면은 스페이스X 웹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우주 유영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우주 유영은 선외활동(船外活動·Extra-Vehicular Activity)으로 말 그대로 우주선 밖에서 이뤄지는 활동 가운데 달 또는 행성 표면 등이 아닌 우주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을 의미한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주 유영은 옛 소련(러시아)과 미국, 중국, 유럽 우주국, 캐나다 등 국가에서 주도됐으며 수행한 우주인은 260여명뿐이다.
◆최초의 우주 유영
◆우주 유영 셀카·줄없이 우주로
처음으로 ‘우주 유영 셀카’를 남긴 이는 버즈 올드린이다. 올드린은 미국의 제미니 12호 미션 둘째날이던 1966년 11월12일 우주 유영이 끝나기 직전 제미니 우주선 해치 가장자리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셀카를 찍었다. 그는 이후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달 탐사 임무에서 달착륙선 이글호의 조종사를 맡았고,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족적을 남긴다.
여러 우주비행사들이 20여년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우주 유영을 하던 가운데 1984년 미국의 브루스 맥캔들리스는 처음으로 줄없는 우주 유영을 선보인다. 그간 우주 유영에서는 우주 공간으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주선과 ‘탯줄’로 연결돼 있었다. 맥캔들리스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STS-41-B 임무에서 24개의 질소 추진기가 장착된 유인기동장치(MMU)를 등에 짊어지고, 조이스틱으로 조종해 우주를 활보했다. 그는 챌린저호에서 91m 떨어진 곳까지 비행했으며, 당시 사진은 우주 공간에 홀로 고립된 주인공(샌드라 블럭)을 그린 영화 ‘그래비티’(2013)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MMU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됐다. 1986년 1월28일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탑승 비행사 7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인명보호 등을 이유로 MMU 사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로봇 팔 또는 줄로 우주선에 다시 매달린 채로 우주선 밖 임무를 수행토록 했다.
◆최장 우주 유영 기록은
한 번의 임무 동안 우주 공간에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른 기록은 미국의 수전 헬름스와 제임스 보스가 갖고 있다. 이들은 2001년 3월11일 국제우주정거장(ISS) 밖에서 8시간56분 동안 실험실 모듈 외부에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누적 최장 우주 유영 기록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아나톨리 솔리비예프가 보유 중이다. 솔리비예프는 총 16번, 누적 시간 82시간22분의 우주 유영을 했다. 영화 그래비티에는 우주 미아가 된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좋은 소식이 있어. 솔로비예프의 우주 유영 기록을 깰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