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10여 년 만에 교민 피랍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페루 한인 사회가 충격 속에 안전망 점검에 나서고 있다.
남미에서 납치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교민들은 이번에 납치됐던 피해자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어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종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 페루 분회장은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통화에서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누구나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접했을 것"이라며 "천운으로 큰 탈 없이 해결돼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주 과정에 납치범들은 경찰차를 향해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 중 1개가 폭발하면서 경찰관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뒤쪽 창문도 크게 파손됐다.
경찰은 로스 하스미네스 델 메트로폴리타노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 근처에서 이번 사건을 벌인 3명을 검거하고 범죄에 쓰인 차량 뒷좌석 바닥 쪽에 있던 한인 피해자의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했다.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체포된 피의자 신원을 에두아르도 호세 블랑코(29), 빅토르 마누엘 카스트로 우르타도(25), 안데르손 아브라암 라벤테이슨 베탄쿠르(29)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국적으로,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이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에 소속돼 있던 것으로 페루 당국은 파악했다.
페루 경찰은 폭발물 처리반을 동원해, 피의자들이 투척했으나 터지지 않은 수류탄 1개를 안전하게 제거했다.
또 이번 사건 공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억류 과정에 신체 일부를 다친 피해자는 현재 리마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다.
피해 교민 안전을 직접 확인한 주페루 한국대사관 측은 "병원에서 정밀검사 소견을 냈지만, (피해 교민)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교민께선 배우자의 도움을 받으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라고 전했다.
남미 국가 중 그간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 상태를 유지하던 페루에서는 팬데믹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난 등으로 인한 납치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천698건이었던 페루 납치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2천860건, 2022년 3천398건, 2023년 4천60건으로 매년 늘었다.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지난 5월 관련 안전 공지를 통해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경우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 등과 같은 피해 시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앞서 페루에서는 2011년 당시 10대 한인 학생이 등교 중 괴한에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
페루 정부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재 치안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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