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주민등록증 ‘귀표’ 바꿔치기해 보험금 편취한 축산업자 무더기 덜미

소 귀표를 바꿔치기해 가축재해보험금 수천만원을 편취한 축산업자들과 보험금 청구를 도운 축협 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소 귀표. 연합뉴스

소 귀표는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 발생 시 방역·추적 관리와 품질 향상을 위한 가축 개량, 축산물 원산지·등급 확인 등 수단으로 확인하기 위해 소의 귀에 부착하는 노란색 인식표다. 이를 미부착한 소는 소 및 쇠고기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중에 유통할 수 없고 도축장 도축도 금지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축산업자 A(30대)씨 등 21명과 축협 직원 B씨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북경찰청

군산 지역에서 한우 500마리를 사육 중인 A씨는 올해 1월 한우 145마리에 대해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이후 3월부터 5월까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 17마리의 귀표를 바꾸는 수법으로 보험금 3400여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같은 방법으로 15회에 걸쳐 보험금 2500만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그가 이 기간 보험사에 청구한 보험금은 총 75건, 수령액은 1억1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그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가 죽거나 질병 확산 등으로 긴급 도축이 필요한 경우 축협에 ‘보험에 가입된 소의 귀표를 모두 분실했다’며 총 64마리에 대한 귀표를 재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소 경매시장에서 건강하지 않거나 노령의 소를 구매해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보험 미가입 소 32마리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해 이 중 17마리에 대한 보험금을 받았고 15마리는 보험금 지급 심사 중 경찰의 수사로 미수에 그쳤다. 경찰에 함께 덜미를 잡힌 나머지 축산업자들 또한 이런 수법을 사용했으며, 축협 지점장과 직원은 이들의 보험금 부당 청구를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들이 소 귀표를 바꿔치기해 가축재해보험금 수천만원을 편취한 축산업자들과 보험금 청구를 도운 축협 직원들에 대한 수사 서류와 압수물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경찰은 A씨가 보험을 과다 청구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 그가 도축한 소의 유전자(DNA)를 확인한 결과 귀표를 바꿔 단 사실을 확인했다. 소 귀표가 탈락해 재발행할 경우 축협 직원이 농가를 찾아가 이를 재부착했지만, 2016년 6월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소 사육 농가는 직접 이를 부착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그의 축사를 찾아 확인한 결과 사육 중인 소 500마리 중 20여마리는 귀표가 미부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가 보험사기 범행에 사용한 재부착용 귀표 75개를 압수했다.

 

축산업자들은 최근 사룟값 부담 증가와 솟값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이런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귀표 바꿔치기’가 전국 축산농가에서 암암리에 성행한 것으로 보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이에 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해 현행 플라스틱 귀표 대신 전자칩이 삽입된 귀표를 도입하고 보험사도 보험금을 지급할 때 소의 DNA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