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한국인 남성 괴한에 납치됐다 하루 만에 풀려나…총격전 끝 무사 구출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한국인 남성 사업가가 괴한에 납치됐다가 약 하루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26일 외교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페루 리마에서 범죄 조직에 납치됐던 우리 국민 A씨가 25일(현지시각)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A씨는 납치 과정에서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약간의 타박상 외에는 건강 상태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경찰에 의해 신변 보호 중에 있다.

납치범이 던진 수류탄에 부서진 페루 경찰 차량. 사진= 페루 경찰청 엑스(X·구 트위터) 캡처

페루 매체 안디나통신은 현지 경찰이 추격 끝에 범죄조직에 납치된 한국인을 구출했고 납치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지 경찰의 작전 수행으로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감지한 납치범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다 의심차량으로 식별돼 총격전을 벌인 끝에 검거가 이뤄졌다. A씨는 납치범들과 함께 차 안에 있다가 경찰에 구출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페루 경찰은 납치 동기와 배후, 조력자 등을 수사 중이다. 현지 공관은 페루 경찰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납치사건 수사가 신속히 마무리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납치범이 특별히 한국인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최근 페루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은 2011년에 있었으며, 한국인 납치 자체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씨는 현지에서 상당 기간 체류해온 사업가로, 지난 24일 새벽 리마에서 지인과 헤어진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날 오후 A씨의 회사 직원이 A씨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고, 신원 미상의 인물이 전화를 받아 A씨를 데리고 있다며 몸값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사건을 인지한 즉시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하고 A씨 가족 및 현지 경찰 등과 소통하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했다.

납치 범죄에 사용된 승용차 내부. 사진= 페루 경찰청 엑스(X·구 트위터) 캡처

외교부는 대사관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대책반을 꾸렸고, 이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꾸려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79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열 장관을 대신해 김홍균 차관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어 안전 확보에 관한 논의도 진행했다.

 

페루는 중남미 지역 중에서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악화로 인한 이주민 유입으로 범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지난해 기준 납치 또는 납치미수 사건만 700여 건에 달한다.

 

외교부는 현지 대사관이 지난 5월 납치 피해 관련 안전 유의 공지를 올렸으며, 전날에도 안전 유의 사항을 알렸다고 밝혔다. 여기엔 개인 신변에 유의토록 하는 행동요령 6개가 담겼다. 

 

우리 국민이 현지에서 납치 등의 피해를 겪게 된다면 주페루대사관, 페루경찰(105번), 영사콜센터로 연락하라고 외교부는 권고했다. 페루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교민은 페루 전역에 약 1200명 있으며, 이 중 1000여명은 리마에 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