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스페인사/ 윌리엄 D. 필립스 주니어·칼라 란 필립스/ 박혜경 옮김/ 글항아리/ 2만2000원
스페인의 역사는 풍부한 다원성과 그로 인한 갈등 및 조화로 점철돼 있다. 로마 치하의 ‘히스파니아’ 시대를 거쳐 서고트족이 유럽 반대편에서 건너와 왕국을 세우더니, 서고트족을 몰아낸 무슬림이 몇 세기간 반도를 지배했다. 두 명의 걸출한 가톨릭 왕이 레콩키스타를 끝마쳐 반도를 되찾은 이후에는 신대륙과 동남아시아까지 세를 넓힌 스페인 제국이 성립했으며, 근세 들어서는 유럽의 이류 국가로 전락해 내전과 오랜 독재를 겪은 후 현대의 민주주의 입헌군주정이 들어섰다.
이 복잡한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기후 조건과 반도의 지리, 민족의 다양성, 외부와의 끊임없는 교류, 두 대륙과 두 바다를 잇는 교량으로서의 지정학적 중요성, 가톨릭과 이슬람의 상호작용 등 수많은 주제를 다뤄야 한다.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의 약사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은 평생 스페인을 연구한 학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쉽고 명쾌하게 쓰였으며, 광범위한 주제를 세심하게 아우른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는 유럽 북부에서 온 켈트인과 북아프리카에서 올라온 이베리아인이 선주민과 섞여 독자적인 농업, 상업 문화를 영위하고 있었다. 기원전 800년경엔 페니키아인을 시작으로 그리스인, 카르타고인이 반도에 진출했으며, 이후 카르타고와 로마가 충돌하는 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