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대한민국을 2027년까지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킬 것”이라면서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AI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고 AI 분야 전문가인 민간위원 30명과 장관급 정부위원 10명으로 구성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AI 관련 국가역량을 모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다.
AI 기술패권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비화한 지 오래다. 올 초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AI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을 ‘AI 국가주의 시대’라고 했을 정도다. 얼마 전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2024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AI 경쟁력이 세계 6위(27점)라지만 가장 앞선 미국(100점)과 중국(54점)에 한참 뒤처진다. 승자독식 특성이 강한 AI 경쟁에서 낙오하면 기업과 경제를 넘어 안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AI 판도를 확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은 길어야 2년 정도라고 한다. 더는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AI 전쟁에 국가 명운이 걸렸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2027년까지 AI 분야에 총 65조원 규모의 투자를 반영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민·관 합작투자를 통해 구축하고 산업과 사회 전반에 AI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당정도 협의회에서 이공계 석사 1000명에게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방향은 맞지만, 이런 정도로 3대 강국을 실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학계·기업이 힘과 지혜를 모아 AI 국가전략을 정교하게 짜고 처우개선 및 보수체계 개편, 공동인프라 확충, 산학협력모델 발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사정이 이리 화급한데 정치권은 허송세월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AI 산업 지원과 위험대응 등의 근거가 되는 AI 기본법안조차 낮잠을 자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대표가 법안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10건의 AI 기본법도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밑도 끝도 없는 정쟁과 파행으로 날을 새면서 법안심사가 뒷전으로 밀렸다. 뒤늦게 엊그제 법안 공청회를 열었지만 연내 처리가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라도 여야는 AI 기본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규제개선 및 활성화 관련 입법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