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은 없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남긴 말이다. 지휘봉을 잡는 과정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은 없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젠간 경질될 것이다. 남은 기간 우리 팀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사퇴와 선을 그었다. 10년 만에 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홍 감독은 최종 후보였던 다비드 바그너 감독·거스 포예트 감독과 달리 면접과 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선임돼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배수진을 친 홍명보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다시 그라운드로 향한다. 홍 감독은 다음 달 치러질 A매치 2연전서 시원한 승리를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 다음 달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요르단,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4차전을 치른다. 이에 앞서 30일 축구회관에서 홍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집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가올 2연전은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 도전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3차 예선에서 각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2경기를 치른 현재 한국은 B조 6개 팀 중 요르단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3차 예선 기간 조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중동의 강호 요르단, 이라크와의 맞대결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령탑이 국회에 서서 국민 앞에 해명하는 암담한 상황은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다음 달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중간 감사 발표와 국정 감사까지 예정돼 있다. 경기 준비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국에 축구계는 혼란만 가득한 상황이다.
한편,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던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정 회장이 4연임을 강행할 경우 “승인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는 2번 이상 못 하게 돼 있다. (정 회장이) 3연임 할 때도 스포츠공정위원회 허가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공정위에 3연임, 4연임은 문제가 있으니 이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권고했다. 그 권고를 안 받아들이면 다시 한 번 시정 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선거 끝난 뒤 승인 불허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선임 과정서 논란이 일은 홍 감독에 대해선 “만약 불공정한 방법으로 임명됐다면 공정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