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심 행위를 경찰에 알리고 추적 또는 검거 과정을 유튜버가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유튜버의 추격이 운전자의 사망을 유발한 것 아니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유튜버의 행위에 대한 처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3시50분쯤 광주 광산구 산월동 한 도로변에서 A(30대 중반)씨가 몰던 승용차가 주차된 대형 화물차를 들이박았다. 사고 충격으로 A씨는 심하게 다쳐 사망했고, 그의 차량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A씨가 사고 당시 이른바 ‘음주운전 헌터’로 불리는 유튜버로부터 쫓기고 있었다는 사실 알려지자 유튜버의 추격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유튜버의 무리한 추격이 A씨 사망의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해당 유튜버는 A씨를 음주운전 의심자로 경찰에 신고한 뒤 이동 경로를 뒤쫓으며 온라인 생중계했다. 유튜버의 구독자가 운전하는 차량 2대도 일정한 거리 차를 두고 뒤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A씨와 유튜버의 차량 간 거리는 2㎞가량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법조계에서는 A씨와 관련한 사고의 경우 도로 위에서 추격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난폭운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로교통법 제46조의3에 따르면 운전자가 △신호 또는 지시 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의 위반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진로변경 금지 위반, 급제동 금지 위반 △앞지르기 방법 또는 앞지르기의 방해금지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 발생 등의 행위를 둘 이상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 또는 반복해 다른 사람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난폭운전을 했다는 조사가 나온다면 도로교통법 제151조의2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유튜버가 중계해 유사한 논란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유튜버의 중계 행위에 대해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1월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유흥가에서 경찰에 적발된 음주 운전자 B씨와 유튜버의 구독자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유튜버의 신고 탓에 경찰에 적발됐다며 화가 난 상태였는데, 주변을 둘러싸고 구경하던 구독자의 언행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생수를 뿌리며 반발했다.
경찰은 유튜버와 그의 구독자에게 일반교통방해, 모욕 등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 분석했고 경찰의 사건 대응 과정을 여과 없이 중계한 행위가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봤으나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유튜버의 수익 활동에 대한 적법성도 살펴봤으나 이를 제약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유튜버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후속 처분할 예정이다. 경찰은 해당 유튜버를 참고인으로 분류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버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관련 없이, 추격 대상자가 사망한 사고 과정에서 무리한 추적 등 원인 제공 행위나 범죄 혐의점이 드러난다면 원칙대로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