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0.25%p 내리면 서울 집값 상승폭 2배”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글로벌 금리인하 추세에 따라 한국도 연내 금리인하가 유력한 상황에서 국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지면 1년 후 서울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두배 가량 더 상승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금리 인하가 결국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겨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 대출 금리 0.25포인트 하락→서울 집값 상승폭 2배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 후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서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결정 등으로 금융여건 완화 기대가 강화되고 금융불균형이 축적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불균형은 자산가격 상승을 동반한 신용 팽창을 뜻한다. 가계·기업의 신용(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과도하게 늘어나면 금융불균형이 깊어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시점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 급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후 0.43%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 올라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했던 올해 2분기 이후 주택매매 가격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피벗) 즉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는 과정에서 주간 매매가 상승률이 0.2%를 넘는 서울지역 자치구가 7~8월 중 15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0.2%씩 누적되면 연 상승률은 10%에 달한다. 최근에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는 조짐이다.

 

반면 금리 하락 시 취약부문의 대출 건전성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이자 부담을 덜어 신규 연체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가 늘어 PF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한은이 미시자료를 이용해 대출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을 시산한 결과 전체 PF 사업장의 이자 부담은 내년 중 8000억원 안팎 경감되고, PF 연체율은 약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금융안정회의를 주관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 대책의 효과 점검과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이른바 한계기업 비중은 기업 수 기준 16.4%, 차입금 기준 26.0%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기업 수 기준 17.4%, 차입금 기준 31.9%에 달했으며, 대기업은 각각 12.5%, 23.3%로 집계됐다.

 

한은은 “보수적인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차별적인 위험 관리 기준을 금융기관에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2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 혹은 저신용인 차주) 대출 연체율은 10.15%에 달했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이들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대표 수소산업 전문 전시회 'H2MEET 2024'에서 관람객들이 고려아연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고려아연 2차 쩐의 전쟁 돌입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 모집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금 확보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와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상향하는 내용의 정정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를 위한 MBK의 필요자금은 기존 1조905억~2조1332억원에서 1조2548억~2조4397억원으로 늘었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6.9~14.6%, 영풍정밀 지분 43.43%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MBK는 이를 위해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해 추가 자금을 마련했다.

 

MBK는 상향된 공개매수가에 대해 “고려아연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보다 11.6% 높은 수준”이라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협업 파트너들과 논의 중인 최 회장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종료 시점인 다음달 4일(휴일 제외) 전까지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27일 200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이처럼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 차입에 나선 것은 23년 만의 일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28% 상승한 71만3000원에 장을 마쳤고, 영풍정밀은 코스닥에서 9.67% 상승한 2만4950원에 마감했다.

 

한편 코스피는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2.90% 상승한 2671.57로 마쳤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2%, 9.44% 급등했다. 코스닥도 2.62% 상승한 779.18로 마감했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 및 선정종목 등과 관련한 주요 언론 보도사항에 대해 추가설명 브리핑을 하고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 한국거래소, 밸류업지수 연내 변경 검토

 

한국거래소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코리아밸류업지수 구성종목 변경을 연내로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밸류업지수에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금년 내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종목 정기변경을 매년 6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에 연 1회 하는 것으로 정했지만 올해는 이를 앞당겨 변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가 이 같은 검토에 나선 이유는 밸류업지수에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절반가량이 배당수익률 2%를 밑도는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년 연속 배당 여부만을 평가해 배당 수준 등 질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밸류업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주의 경우에도 10개 종목만이 지수에 포함됐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주주환원 규모만을 선정기준으로 하는 경우 배당보다는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주주환원을 확대했지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서는 각각 자기자본이익률(ROE), PBR 요건에 미달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적자가 지속된 SK하이닉스는 지수의 연속성 및 안정성 유지를 위해 지수 잔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