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도 직격한 박문성 “30년 동안 했으면 많이 했다”

박문성 축구해설위원, YTN에서 “현대가 아니면 축구가 멈추나”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이 27일 오전 YTN에서 발언하고 있다. YTN 영상 캡처

 

최근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면전에서 쓴소리를 던졌던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이 27일 “‘현대가(家)’가 아니면 (우리나라) 축구가 멈추나”라고 답답한 속마음을 토해냈다.

 

박 위원은 이날 오전 YTN에 출연해 “정몽규 회장이 아니면 한국축구가 퇴보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에게도 (축구협회장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다른 누가 오면 30년간 현대가가 한 게 있어서 골짜기가 생기겠지만, 우리가 긴 호흡으로 한 발 더 성장하려면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나 현대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축구에 큰 문제가 생기냐는 박 위원의 반문은 “축구도 현대가문이 그렇게 30년간 했으면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는 비판 도중 나왔다. 앞서 진행자의 ‘대한축구협회장만 바뀌면 축구협회가 바뀌느냐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말에 “하루아침에 세상을 다 바꿀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보면 물이 너무 고이면 썩으니 변화를 하자는 이야기”라고 그는 말한 터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축구협회장을 맡았고, 정 회장(HDC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범현대가 인물이 30년 가까이 협회의 수장에 올라있는 셈인데, 1980년대 축구계에서 자금 출연을 이유로 ‘기업인’ 축구협회장 요구가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보다 앞선 1988년부터 1993년에는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었었는데, 이처럼 기업 출연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를 이뤘다. 장기 집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인물이 도전장을 던져야 하지만, 오랫동안 특정 인물 영향력이 거세진 상황에서 출마를 선언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협회장 권력이 무엇이고 어떤 자리여서 ‘연임’을 노리는지 궁금하다는 진행자에게 박 위원은 “저도 이렇게까지 4번이나 연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정몽규 회장 체제도 10년이 넘었지만 축구협회는 현대가문의 것이었다”며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사유화 논란이 벌어지는데, 저도 왜 이리 길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은 정 회장이 과거 프로축구연맹 총재로서 있었던 점 등을 돌아보고는 “지금 물러나는 게 그간 해온 일이 패배적으로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정 회장의 우려)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라는 압박에 응하기보다 정 회장이 일종의 만회를 노린다는 분석으로 읽힌다.

 

박 위원은 “국제무대에서 축구협회장은 굉장히 빛나는 자리”라며 “피파(FIFA)가 주관하는 자리에 가면 대통령급 의전을 받는다”고 정 회장이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을 거라는 취지로도 부연했다. 정 회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이유를 거듭 짚던 그는 “혹시 현대가문이 (정 회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현안 질의에서 축구협회장 선거가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의미로 ‘체육관 선거’라는 말을 썼던 박 위원은 “선거인단은 프로축구연맹 산하 협회장, 선수단 대표, 감독 대표, 심판진 대표 등 100~200명으로 꾸려진다”며 모두 축구협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부각했다. 축구팬들의 참여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축구협회장 선거하자’고 해서 모인 이들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모시는 회장을 뽑지 않겠냐는 얘기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현안 질의에서 쓴 ‘봉사’라는 표현에도 박 위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연봉 20억원을 받는 감독직을 과연 봉사로 볼 수 있냐는 비판도 이미 나온 터다. 박 위원은 “백번 양보해서 프로팀 시절 연봉을 깎아서 왔다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고 하지만, 연봉을 올려서 오고 봉사라는 말을 (쓰는데)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결국 ‘나 아니면 한국축구는 안 된다’는 홍 감독의 생각으로 읽을 수 있다면서, 박 위원은 “이름 없이 공부하는 감독들도 충분히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요르단과 이라크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경기를 치른다. 박 위원은 “이번에 손흥민 선수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경험이 많으니 리더로서 ‘집중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이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