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쌀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7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쌀 작황이 좋은 않은 가운데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크게 증가하면서 초유의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심한 쌀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도쿄, 오사카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쌀 구매량을 1인당 1포대로 제한하는 한편 매대에 진열할 재고조차 없는 곳도 있다고 전해졌다.
일본의 식량 부족 사태의 원인은 △이상 고온에 따른 영향에 더해 △생산인구의 고령화 △관광객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NHK는 “쌀 부족 현상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초밥과 기타 쌀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일부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6월 기준 개인 쌀 재고는 156만 톤으로 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올여름 내내 일본의 쌀 수요가 생산을 앞질러 슈퍼마켓의 쌀 진열대가 텅 비는 현상이 발생했다.
일본의 쌀 재고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자 지난 8월에 60kg당 1만6133엔(약 14만9000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3%, 연초 대비 5%나 상승했다.
올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178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지난 7월에는 33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일본 관광 통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이 가장많다. 지난 3월 기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월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인은 국적별 순위 1위를 유지했다.
또 지난 추석 연휴 기간(9월 14일~22일) 해외 항공 기준 인기 국가는 전년과 동일하게 일본(41%)이 1위를 차지했다. 엔저 현상이 끝났지만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픈 과거사 문제를 시작으로 독도에 대한 끝없는 야욕과 사과·반성 없는 태도로 한국을 대하지만 민간에서의 교류는 활발해진 이유로 풀이된다.
글로벌 식품·농업 은행 라보뱅크의 수석 분석가 오스카 차크라는 일본 관광객의 쌀 소비량은 지난 2022년 7월~2023년 6월 1만9000t에서 2023년 7월~2024년 6월에 5만1000t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관광객의 쌀 소비량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일본의 연간 국내 쌀 소비량인 700만t에 비하면 여전히 비교적 적은 수준인데, 고령의 농부들이 은퇴하면서 일본의 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을뿐더러 지난해 폭염과 가뭄도 쌀 수확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 식량 정책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조셉 글라우버는 “쌀 수확량 감소와 관광객들의 초밥에 대한 수요가 영향을 미치지만, 국가의 쌀 정책이 여전히 전체 공급 감소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쌀에 778%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연간 최소 68만2000t의 쌀을 수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는 대부분 일본 소비자가 아닌 가축 사료용이나 가공용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