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7일 내수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RRR·지준율)과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일∼7일) 연휴를 앞두고 침체된 내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초강력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일본화’(Japanification)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이날부터 금융기관 지준율을 0.5%p 낮추고 7일물 역레포 금리를 1.7%에서 1.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14일물 역레포 금리도 7일물 금리와 같은 폭으로 조정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중국 시중은행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6.6%가 된다고 인민은행은 분석했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지준율을 0.5%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장기화 수순에 접어든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연일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꺼내 들고 있다. 이번 유동성 공급 정책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아래로 하향 조정한 이후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당 지도부는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따라가나
역대급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 전망은 ‘빨간불’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대 초반으로 중국이 살짝 더 높은 상황이지만, 중국이 약 20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지속한다면 우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중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14%로 하락해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은 2.07%까지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난이 부동산 침체, 물가 하락, 대출수요 둔화로 인해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불황과 같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가격 폭락 이후 소비자와 기업이 부채 상환을 선택하는 현상은 일본이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지게 된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던컨 리글리도 “중국은 부동산 침체, 대차대조표 조정 문제, 자산 가격 조정, 인구 감소 등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졌을 때 겪었던 주요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中 공업기업 8월 수익 17.8% 급감
중국 공업기업들의 지난달 수익도 전년 대비 17.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8월 ‘규모 이상’ 공업 기업(연간 매출액 2000만위안 이상 기업)의 이윤 총액이 4조6527억 위안(약 87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늘었다고 27일 밝혔다.
기업들의 이윤 증가율은 올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는데, 7월의 경우 전달 대비 4.1% 상승했으나 8월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7.8%나 급감해 전체 수치를 0.5%까지 끌어내렸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공업기업 이윤 총액은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위웨이닝 국가통계국 공업사 통계사는 “8월은 고온, 폭우, 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에다 지난해 동월 높았던 기저효과 등의 원인으로 공업이익이 급감했다”면서도 “여전히 내수 부족, 복잡하고 변화가 큰 외부환경 요인 등으로 기업들의 이윤 회복 기초가 더 공고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