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비밀 합의’를 통해 약속한 보상금의 지연손해금 267억원을 달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는 27일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밀 합의에 따라 이뤄진 보상 약정에 지연손해금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은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 신청을 했다. 삼성물산이 매수하겠다며 제시한 가격(5만7234원)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양측이 2016년 3월 ‘다른 주주와의 소송에서 청구가격이 바뀌면 그에 맞춰 차액분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비밀합의를 맺으면서 엘리엇은 신청을 취하했다.
대법원이 2022년 4월 삼성물산의 한 주당 가격으로 6만6602원이 적당하다고 결정하면서 엘리엇은 2022년 5월 삼성물산으로부터 724억원을 받았다. 엘리엇은 이어 지난해 10월 합의서 약정금에 대한 267억원의 지연손해금도 받아야 한다며 추가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이 자신들에게는 2015년 9월 8일부터 2016년 3월 17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 지급했는데, 다른 주주들에게는 2015년 9월 8일부터 2022년 5월 12일까지 더 오랜 기간 지연손해금을 지급했으니 받지 못한 기간의 금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측의 합의서 내용은 실질적으로 주식매매대금과 같지만 다른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될 뿐”이라며 “지연손해금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각 주주별로 지연손해금 발생 종결일이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주당 대가’로 환산되기 어려운 성질의 금원”이라며 “합의서에 지연손해금을 주당 대가로 환산하는 정의 규정이나 계산 방식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