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金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수사 착수… 엄정 조사로 실체 있는지 밝혀야 [논설실의 관점]

시민단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의원과 정치 브로커의 돈거래 석연치 않아
“지역구 이동” 권유, 사실이면 경솔한 언행
국정 부담 주는 ‘영부인 리스크’… 자중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4부에 정식 배당함으로써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시민단체가 최근 김 여사,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등을 선거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고관대작이라고 하여 법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말처럼 피고발인이 누구이든 성역 없는 수사로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이달 초 한 언론의 보도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는 명씨가 있다. 2022년 6월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선 당시 명씨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를 받아들인 김 여사가 여당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 고발인들 주장이다. 이번 고발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김 전 의원은 당선 후 명 씨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돈은 김 전 의원이 매월 받은 세비(歲費)에서 나왔다고 하니 두 사람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명 씨는 여론조사 기관인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적 운영자, 김 전 의원은 해당 연구소의 대표이사였다고 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전 의원은 “명 씨에게서 빌린 돈을 갚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앞서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도 김 전 의원과 명 씨의 금전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나. 이제 공수처가 엄정한 수사로 돈의 성격을 명확히 밝혀내길 바란다. 공천이 성사된 데 따른 사례금이라면 김 전 의원과 명 씨 둘 다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천 개입 의혹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이는 한때 명 씨의 측근이었고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따르면 명 씨는 김 여사와 통화한 음성 녹음 파일을 주변인들에게 들려주며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이 명 씨 앞에서 꼼짝도 못 했다는 폭로까지 나온 상태다. 명 씨의 행동이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브로커의 ‘호가호위’에 불과한 것인지, 정말 김 여사와 통화한 녹음 파일을 갖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한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지역구를 창원 의창에서 김해갑으로 옮기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대통령실은 이를 근거로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 여사가 정말 김 전 의원과 텔레그램 메시지까지 주고받았나’ 하는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공천 개입까진 아니어도 영부인으로서 경솔한 언행을 한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사진=뉴시스

명품 가방 수수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까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가방 수수 건은 검찰 수사가 끝나 무혐의 종결이 예상되지만 주가 조작 건은 사실상 이제부터 수사가 본격화한 상태다. 여기에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으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초유의 ‘영부인 리스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앞으로 또 다른 의혹에 연루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김 여사의 자중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