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만 무대에 오르고, 배우와 관객이 몸으로 소통하는 연극 보러 갈까

제24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3∼27일 열려…16개 실험적 작품 선보여

올해 24회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새로운 서사, 마주하는 시선’을 주제로 다음 달 3~27일 열린다. 로봇, 여성, 장애인, 인종차별 등을 다룬 16개 실험적인 작품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아르코대학로 예술극장 등에서 관객과 만난다.

 

10월 11∼13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초연될 ‘새들의 날에’는 연극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배우 대신 로봇이 극을 이끌어간다. 

 

권병준 연출은 지난 26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24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기계인 로봇만 무대에 오르는 기계적 연극”이라며 “‘아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13개 로봇이 철판으로 된 무대 위에서 걸음마를 배우며 겪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같은 기간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되는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출신 안무가 정훈목의 신작 ‘에즈라스’도 기대된다. 정 안무가는 “미래 인류학적인 담론과 억압과 탈취된 자유에 대항해 ‘탈경계’를 다룬다”며 “인간과 비인간, 트랜스휴먼(Transhuman), 젠더리스(Genderless) 등 다양한 주제가 현실감 있는 상상력으로 표현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대소동’(11∼13일, 아르코예술극장)은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불 꺼진 무대서 온전히 몸을 통해서만 소통하는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공연장 입구에서 관객은 안대를 하고 진행 요원을 따라 극장으로 들어선다. 이후 배우와 관객이 모두 무대의 주인공이 돼 100분간 언어가 아닌 몸으로 대화한다. 

 

이진엽 연출은 “시각적인 감각을 배제하고 다른 감각들을 통해 경험하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며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아예 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서사로 주목할 만한 작품은 LOD뮤직시어터의 ‘우먼, 포인트 제로’가 눈에 띈다. 이집트 작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나왈 엘 사다위의 동명 소설을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아랍 사회의 남성 중심적 체계에 저항하는 두 여성 이야기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내가 물에서 본 것’도 김보라 안무가의 시험관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학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재조명한다.

 

청각장애인 안무가 미나미무라 치사토의 ‘침묵 속에 기록된’의 경우 원폭 피해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춤, 소리, 빛, 애니메이션, 진동, 수어로 표현한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보기와 읽기의 장이 될 것”이라며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관객 여러분의 방식으로 마주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