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안 입장 번복’ 네타냐후는 왜 말을 바꿨나

‘휴전 협의 부인’ 입장 몇 시간 만에 번복
불쾌감 표출한 미국 ‘달래기’ 나선 듯
이스라엘군은 연일 지상군 투입 예고
“지상전, 가능한 한 짧게 수행할 것”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3주 임시 휴전안’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여러 차례 입장을 뒤집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프랑스 주도로 제시된 휴전안에 비공개로 동의한 뒤 연립정부 내 강경파 반발이 일자 동의 의사를 철회했다가, 미국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다시 “논의 중”이라는 모순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등 동맹과의 관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불안한 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23년 12월 텔아비브 군사기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텔아비브=AP뉴시스

이스라엘 총리실은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주도의 휴전 계획에 대한 많은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몇 가지 사항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며 “이스라엘은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미국 주도의 (휴전) 계획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스라엘과 미국 팀이 회동해 휴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논의는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스라엘은 미국의 역할이 이 지역 안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로 전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발표한 성명과는 ‘180도’ 다른 내용이다. 앞서 발표된 성명에서 총리실은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휴전안에 네타냐후 총리는 응답한 바 없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도 취재진 앞에서 휴전안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전력으로 계속하고 있으며,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의 ‘휴전 협의 부인’ 성명에 미국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휴전안이 이스라엘 총리실과 협의 후 발표된 것이라며 “우리는 (휴전 촉구 성명) 초안을 작성할 때 이스라엘이 문서 내 모든 단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받아 내용을 알고 있다고 믿을 모든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성명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한 네타냐후의 입장 번복이 여야 정치권의 반대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정부가 휴전안에 서명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경고했고, 야당 당수 역시 며칠이 아닌 3주간의 휴전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여론을 의식해 미국과의 비공개 협의 사실을 부인했다가, 미국이 불쾌감을 토로하자 다시 동맹 ‘달래기’에 나서고자 몇 시간 만에 배치되는 새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날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담당 장관이 뉴욕에서 아모스 호크슈타인 미국 특사,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난 뒤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새 입장이 나왔다고 전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레바논 지상전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외교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계속해서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을 가능한 한 짧게 수행할 계획”이라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7일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