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이시바 日 자민당 신임 총재, 한일 과거사 갈등 넘을까

일본 총리로 선출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한국과 역사문제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승리하면서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해 온 당내 소신파다. 주요 후보들 중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후보였으며 피해국인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한·일 무역 분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던 2019년에도 우익 인사들과 달리 일본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당시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여러 가지 모양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썼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그는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점으로 볼 때 그간 한·일 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자리 잡은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각종 협력 사업들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국은 최근까지도 사도 광산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남아있다. 특히 한국 측은 사도 광산 조선인 노동사 전시시설에 ‘강제노동’을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강제동원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변제안을 제시한 이후에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일본 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 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피해자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시바 총재는 이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지 여부에 대한 관심도 많다.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모습. 연합뉴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소한 역사문제에 관련해서는 진일보한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2015년에 아베 전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뒀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으려고 시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회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보수화되어 있고 당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큰 것도 이시바가 그동안 일본 정부의 기조와 다르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다만 이시바 총재의 안보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헌법상 자위대 명기 등 방위력 확충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주장하며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입장이지만 군비 확장으로 비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판 나토는 결국 중국에 대한 견제구이고 방위력 증강도 한국이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요소이지 않나. 향후 우리 정부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시바 총재는 현재 당내 지지기반이 약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실현해 나가긴 쉽지 않다”며 “다가올 중의원 선거 결과와 내년에 있을 참의원 선거 판세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 선거를 이긴다면 총리를 3년은 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도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