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 대규모 공습으로 생사불명의 상황에 놓이면서 확전 우려가 더 커졌다. 헤즈볼라의 ‘뒷배’인 이란이 더 이상 손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이 확전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 중 나스랄라 제거 시도보다 더 강력한 일은 (이란 수도) 테헤란 폭격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2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아래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 본부를 정밀 공습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매체들은 시아파 무슬림 주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고층 아파트 6채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도하면서 30㎞ 이상 떨어진 곳에서조차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헤즈볼라 보안구역 안에 있지만 밑에 헤즈볼라 본부가 있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6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사상자 수는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헤즈볼라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일축한 지 수시간 만에 이뤄졌다.
나스랄라가 이날 헤즈볼라 본부 안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폭격으로부터 수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나스랄라의 생사와 관련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를 떠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분쟁은 급격히 확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헤즈볼라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도시 사페드를 겨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28일 새벽에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 추가 폭격을 했다.
무엇보다 친이란 무장세력 연합체 ‘저항의 축’ 핵심 전력인 헤즈볼라가 일주일가량 만에 이스라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란이 나서지 않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이 이란에 결투장을 던졌다”며 “엄청난 도박이고, 수년간 여파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하고자 대응 수위를 조절해왔다.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에 이스라엘이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이 살해됐거나 지난 7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인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됐을 때 모두 즉각 보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대응을 미국 등 서방국가와 관계를 개선해 핵합의를 복원하고 국제사회 제재를 풀어내려 전면전을 피한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와해된다면 저항의 축에 가지는 이란의 지도력 자체가 흔들릴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살인자”라 칭했다. 그는 “살인자가 감히 유엔에 나타나 ‘타국을 침공해 더 많은 이를 죽이겠다‘는 터무니없는 위협과 역겨운 거짓말로 유엔총회를 더럽힌 건 역사적 수치”라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