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축' 수뇌부 사실상 궤멸…헤즈볼라 구심점 재구축할까

'구심점' 나스랄라 사망에 타격 불가피…"상황 크게 바뀔 것"
"헤즈볼라, 회복력 갖춘 조직…붕괴하지는 않아" 진단도

이스라엘이 지난 7월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에 이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도 '제거'하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무장 동맹인 '저항의 축'의 양대 수뇌부가 사실상 궤멸했다.

나스랄라가 헤즈볼라를 30년 넘게 이끈 상징적 존재라는 점에서, 그의 사망은 친이란 주축인 헤즈볼라에 상당한 타격을 안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화상연설을 시청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최근 고위급 사령관들의 암살과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등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에 혼란에 빠져있던 헤즈볼라가 나스랄라 사망으로 어느 때보다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최대 적대 세력 중 하나였던 헤즈볼라가 수장 나스랄라의 사망으로 크게 흔들릴 것으로 봤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며 군사적·정치적 역량을 크게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의 지도 아래 헤즈볼라는 고도로 훈련된 정예병과 대량의 로켓·미사일 등을 갖춰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런 전력을 토대로 역내 분쟁에 적극 개입하며 가장 영향력이 큰 '이란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레바논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나스랄라가 레바논 시아파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확장하는 조직을 하나로 붙들어 준 접착제였다"며 그의 사망으로 "전체적인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파와즈 게르게스 국제관계학 교수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했다. 이는 전면적인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수뇌부 조직을 없애고 그 인프라를 파괴하려 이 기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르게스 교수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힘을 깨부수고 있다. 헤즈볼라 조직원을 모두 죽일 필요도 없다. 전투 조직을 파괴하고 항복하도록 몰아붙이면 (헤즈볼라는) 신용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헤즈볼라 조직 사기 측면에서 타격이 클 전망이다.

헤즈볼라 전문가인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는 CNN 인터뷰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이 "(헤즈볼라의) 구성원과 지지자들의 사기를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일이자 일반인들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만한 절대적인 테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스랄라의 부재가 헤즈볼라 조직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사아드는 나스랄라가 사망했다고 해서 "(헤즈볼라) 조직이 무력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즈볼라는 이런 종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으로, (충격에도) 회복력이 있으며 개개의 지도자들보다 더 오래 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리나 카티브 연구원도 나스랄라의 죽음이 조직 사기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헤즈볼라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스랄라의 죽음이 헤즈볼라 전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불분명하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군을 능가하는 병력과 화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헤즈볼라의 병력이 정규군 3만명에 예비군 2만명 등 5만명에 이르며 로켓과 미사일 비축량도 12만∼20만발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란 반관영 뉴스 통신사인 파르스는 헤즈볼라 대원이 6만5천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나스랄라는 지난 2021년 10월 연설에서 훈련받은 병력이 1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7일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본부 공습 이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로켓으로 공격했는데 이는 나스랄라의 생사가 불명확한 상황에서도 대(對)이스라엘 군사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상대 군사행동의 목표로 내세운 '북부 지역 안정화와 주민 귀환'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티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북부 지역 안전이 확보되는 새로운 현상유지(status quo) 상태를 만들고자 하지만 나스랄라가 사망해도 그런 일이 빠르게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후계자로 알려진 하셈 사피에딘의 존재도 헤즈볼라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로이터는 헤즈볼라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헤즈볼라의 군사·안보 활동을 관장하는 지하드위원회 소속이자 정치업무를 감독하는 사피에딘이 이번 본부 공습에도 살아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나스랄라도 전임 수장이 이스라엘에 암살된 뒤 조직을 이끌게 됐으며 이후 계속 암살 위험에 처해 있었다며 "(이스라엘이) 한 명을 죽이면, 또 다른 한명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