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 환자도, 화재현장서 연기 마신 20대도… 계속되는 ‘응급실 뺑뺑이’

엠폭스 의심 환자도 10시간 넘게 검사 못 받아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적기에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의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29일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27일 오후 10시 24분 청주시 서원구에서 “아들의 당 수치가 높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소아당뇨 환자인 A(8)군에게 인슐린 투여가 시급하다고 판단,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충북은 물론 인근 충남과 세종, 대전지역 병원 9곳 모두 소아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수소문 끝에 신고 접수 2시간 30분 만인 28일 오전 1시에야 A군은 청주에서 110㎞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다행히 A군은 치료를 받고 현재는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기 동두천에서도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동두천 송내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연기를 마신 20대가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경기북부와 서울 강북구, 동대문구, 송파구 등 10여 곳 이상의 병원에 연락했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1시간이 지난 후에 한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답을 보내와 이동했지만 5분 만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재차 연락이 왔다.

 

결국 응급실을 수소문하다 오후 4시를 넘어서야 환자는 성동구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원숭이두창으로 알려진 감염병 의심환자가 10시간 넘게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달 19일 오전 손과 발에 수포가 올라오는 등 증세로 엠폭스 의심 소견을 받은 50대 남성은 경남지역 대학병원을 방문했지만 외래 접수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는 “봐줄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 남성은 보건소에도 검사를 문의했으나 답변은 같았다.

 

결국 10시간 만인 오후 7시에야 거주지 보건소에서 엠폭스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지침상 감염병관리과가 있는 병원에서 검체를 채취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소 측은 냉장보관해둔 검체를 다음날인 20일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보냈고, 연구원 측은 당일 오후 늦게 이 남성에게 '음성'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문의 부족으로 주말과 공휴일 성인 대상 야간진료를 중단했던 강원대 병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진료를 재개하기로 했다. 의사 1명이 복귀하면서다.

 

강원도는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실(지역응급의료센터)의 성인 야간진료 제한 운영에 따른 응급환자의 진료 및 이송, 환자 분산 대책을 응급의료센터 완전 정상화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