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의사수급 추계기구 신설”, 의료계 참여해 답 찾길

대통령실이 향후 의사 수를 결정하기 위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해 의료계의 입장을 대폭 반영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최근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 방향과 운영계획에 대한 심의를 끝냈다고 한다. 10∼15명 규모의 상설기구로 운영하며, 의대 졸업생 수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토대로 향후 필요한 의료인력을 추산할 방침이다. 추계기구는 의사단체에서 과반수를 추천하도록 했다. 의사 수 추계에 의료계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 창구로 삼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3주째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계기구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의사 수 문제를 합의하지 않고는 의·정 갈등을 해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의료인력 추계는 의·정 갈등 해소의 가장 큰 난제이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2025년 의대 정원 철회를 외치며 한발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미 결정한 올해 증원은 돌이킬 수 없다”며 2026년 의대 증원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의료계가 참여하느냐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사수급 추계 작업에 대한의사협회·의대 교수·전공의 등 의사들이 다른 직역보다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적정 의사 수를 결정하는 데 정부만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번에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대로 추계기구 참여 지분을 늘려준 만큼 불참할 명분이 약하다. 행여 의협과 전공의들 간 갈등 등 내부적 요인으로 참여를 피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살 것이다. 의료계가 참여해 실효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순리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8개월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으로 애꿎은 환자·국민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이대로 허송세월만 한다면 정부와 의사들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의료계는 설령 2025년 의대 증원 철회라는 주장을 고집하더라도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의료계가 의사수급 추계기구와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의료계가 출구전략을 찾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