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서울 세계불꽃축제’(이하 불꽃축제)를 앞두고 서울시가 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이하 빛섬축제)를 동시에 개최하기로 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인파가 몰리는 축제 현장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겠다는 시의 계획에 경찰이 두 차례나 일정 변경을 요구했지만 시는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4∼1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빛섬축제를 개최한다. 5일로 예정된 불꽃축제와는 날짜가 하루 겹친다. 문제는 빛섬축제 기간 한강공원 일대에 설치되는 대형 구조물이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한강공원의 네지점(멀티프라자∼물빛광장∼캠핑장∼물빛무대)에는 레이저아트 작품 6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메인 작품인 ‘메이즈 드림’은 높이 27m에 면적이 120㎡에 달하고, ‘비욘드 웨이브’ 역시 높이 24m, 면적 168㎡의 대형 조형물이다.
시는 불꽃축제 당일 빛섬축제 관련 행사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형 구조물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불꽃축제 당일에는 여의도 일대가 극심한 혼잡을 빚는데, 이 구조물로 인해 인파의 동선이 더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 축제를 불꽃축제와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7월30일과 이달 5일 두 차례 열린 유관기관 합동회의에서 경찰은 시에 일정 변경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메인 작품인 메이즈 드림은 여의나루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잔디광장에 설치되는데, 이곳은 불꽃축제 당일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축제 당일 한강공원의 주출입로에 대규모 조형물이 자리 잡는 것이다. 경찰은 구조물이 그대로 있을 경우 관람객의 동선이 제한되고 구조물과의 충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상 상황에서 대피로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꽃축제와 다른 행사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 축제와 같은 시기에 행사를 진행해 굳이 안전 위험을 높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축제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찾은 한강공원에는 이미 빛섬축제를 위한 조형물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직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조형물 주변으로 안전펜스 50여개가 설치돼 통행을 막고 있었다.
시는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불꽃축제 당일 구조물 하나당 4~9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12일 시 안전관리계획 심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계획안이 최종 통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대형 구조물이 자칫 쓰러지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불꽃축제 당일 작품 1∼1.5m당 1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의 조언대로라면 메이즈 드림의 경우 시의 계획 대비 최소 70여명의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행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빛섬축제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저조했던 참가자 수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빛섬축제 참가자는 9만5000명이었지만, 올해는 3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꽃축제가 끝나고 작품을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하려면 2주가 더 소요된다”며 “10월 중순에서 말까지 설치하게 되면 날씨가 추워 부적절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빛섬축제는 매년 6개 섬을 도는 행사로, 10월 첫 번째 금요일에 맞춰 일몰 시간과 날씨를 고려해 날짜를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