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경쟁 너무 치열해서”… 18개월 연속 개업 감소한 ‘이곳’ [뉴스+]

“대로변 1층, 권리금 없이 넘깁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지만, 중개업계의 시름은 계속 깊어지는 모양새다.

제33회 공인중개사 국가자격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3142명으로 7월말(11만3449명) 대비 307명 감소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가장 많았던 2022년 6월(11만8952명)과 비교하면 5810명 줄어든 것이다.

 

8월 한 달간 휴·폐업한 공인중개사는 1055명인 반면, 개업 공인중개사는 753명에 그쳤다.

 

지난 2022년 8월 중개사무소 휴·폐업 건수가 신규 개업 건수를 넘어선 이후 2023년 1월 한 달을 제외하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아진 서울에서도 중개업계는 한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서울 지역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 7월 68명, 지난달에도 30명 줄어들며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문을 닫는 업체도 많지만, 개업 건수가 급감한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전국 중개사무소 신규 개업 건수는 부동산 호황기 월 2000건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2022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부터 700건대에 머물고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은 수익이 그만큼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서울을 비롯한 상급지 위주로만 나아진 것이고 다른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거래건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연합뉴스

협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른 것은 서초를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에 국한된 이야기"라며 "조만간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의지가 강해 당분간은 거래가 늘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가 많은 지역도 큰 수익을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거래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부동산 호황기 때 상한선이 낮아진 중개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수익은 예전만 못한 가운데 고정비 지출은 계속 늘고 있어서다.

 

중개업소 특성상 입지가 좋은 곳의 1층을 유지해야 하는데 거래가 활발한 강남권과 용산·성동구 등은 사무실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했고, 인건비도 계속 올랐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이미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 분야라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0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는 39만9921명으로, 대입수학능력시험 응시자 규모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20만여명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제2의 수능’이라고 불리며 40∼50대가 은퇴 이후 가장 많이 도전하는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과 달리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져 자격증 도전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적 공인중개사 합격자는 53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기준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2936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55명당 1명씩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업계에서는 중개사무소 1곳당 배후 수요가 300가구 이상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100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