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택 감독 체제로 선수단을 재편한 GS칼텍스는 시즌 전 평가에서 그리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아야했다. 지난 봄 이적 시장에서 선수 보강은커녕 제 식구를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했기 때문. 지난 9년간 팀의 토종 에이스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준 강소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보수상한선 8억을 받고 둥지를 옮겼다. 주전 리베로 한다혜도 페퍼저축은행으로 FA이적했다. 미들 블로커에서도 정대영과 한수지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세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만 빼면 전방위적으로 선수단에 구멍이 숭숭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GS칼텍스를 다가올 2024~2025 V리그에서 꼴찌 후보로 분류해서는 곤란할 듯 하다. 지난 시즌 득점 1위(1008점), 공격 종합 1위(46.80%)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한 지젤 실바(쿠바/아제르바이잔)가 코트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기 때문이다.
실바의 존재감은 29일 시작된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2024 KOVO컵) 여자부 개막전 도로공사전에서부터 빛났다.
이날 경기는 지난 봄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새 둥지를 튼 강소휘의 공식 경기 데뷔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상대도 강소휘의 친정팀인 GS칼텍스였기에 도로공사가 승리한다면 더욱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연출될 법 했다.
강소휘는 지난 시즌까지 코트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날려대는 서브의 집중 타겟이 됐다. 도로공사가 받아올린 총 서브 96개 중 정확히 절반인 48개를 받아올려야 했다. 세터 머리 위에 정확하게 받아올린 리시브는 15개, 범실은 3개를 기록하며 리시브 효율은 25%로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고 서브득점 1개 포함 16점을 올리며 제 몫을 다 했다. 공격 성공률은 36.59%였고, 범실은 단 2개였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찐 주인공’은 실바였다. 실바는 블로킹 3개, 서브득점 5개 포함 39점(공격 성공률 49.21%)을 맹폭하며 옛 동료의 공식 경기 데뷔전을 패배로 물들였다. 특히 승부를 가른 5세트에는 혼자서 무려 8점을 몰아쳤다. 11-12에서 연속 백어택 3개로 14-12 매치포인트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실바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바의 맹활약 속에 GS칼텍스는 풀 세트 접전 끝에 3-2(25-19 23-25 22-25 25-19 15-13)로 승리하며 조별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GS칼텍스의 승리는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영택 감독의 재데뷔전 승리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했던 대로 너무 잘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GS칼텍스의 승리 요인 중에는 실바의 원맨쇼 외에 블로킹 득점에서 18-7도 압도한 게 컸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출신인 이 감독은 “제가 블로킹 보완하려고 GS칼텍스 온 것 아닌가.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