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자를 교육하지 않고 미래의 어둠을 탓하지 말라’는 말을 늘 품고 있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을 가르치지 않고 나중에 이들이 혹시라도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을 때 왜 이렇게 되었는지 탓하면 안 됩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DNA’를 잘 장착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개인정보보호의 날(9월30일)을 앞두고 지난 26일 경기 하남시 덕풍중에서 만난 김경님(54) 교사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상 청소년 디지털 범죄에 대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13년째 영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사는 지난 1학기부터 ‘디지털 유스 스쿨’을 통해 디지털 윤리교육에도 앞장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는 디지털 유스 스쿨은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이해력) 역량을 강화하고 건강한 생명존중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윤리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2020년 9월 시작돼 최근까지 중학생 2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현재 초·중·고교 정규 교과에는 디지털 윤리는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조회나 종례 시 동영상이나 홍보물을 통해 교육하거나 각 교과 수업 시 관련 내용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청소년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범죄가 급증하면서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중·고교 정규 교육과정에 디지털 윤리 수업을 포함하기로 했지만, 그동안은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맡겨졌던 셈이다.
자유학기제를 이용해 디지털 유스 스쿨에 참여한 김 교사는 원래는 ‘디지털 문외한’이었다고 고백했다. 연수 과정에서 디지털 윤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김 교사는 “한 번은 아이들이 재미 삼아서 동영상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바로 저였다”라며 “교권 침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었고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화도 났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를 해하거나 나쁜 일을 저지르고 싶어 영상을 촬영한 게 아니고 디지털 소양이 부족한 탓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다면 처벌을 하고 책임을 묻기 전에 아이들에게 디지털 윤리에 관해 학습을 정확하게 시키는 게 먼저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사는 청소년 딥페이크물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딥페이크 하면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니’라고 질문하면 ‘야한 거요, 벗는 거요, 합성하는 거요’ 등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며 “이 생각을 전환해주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복절을 맞이해 독립열사의 모습을 구현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아이들 진로에도 도움이 되는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로 활용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학생뿐 아니라 어른의 생각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