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대급 대박 터트렸지만 KAI 노사는 ‘명암’ 엇갈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등을 생산하는 경남 사천의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사 명암이 최근 엇갈리고 있다.

 

사측은 역대급 실적 성과에 분위기가 고조되는 반면 노조는 임금‧단체 협상의 잠정안이 두 번이나 부결되면서 불신임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AI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 협상 중에 있다.

 

KAI는 3개 노조가 있는 복수 노조 사업장인데, 전체 5000여명 직원 중 35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한국노총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이 대표 노조이다.

 

노조는 △기본급 5.2%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경영성과금 지급(정액)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임금 1% 인상, 일시금 150만원 △임금피크제도 삭감된 임금만큼 근무시간 조정 촉탁 범위 확대 20%→30% △통합성과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교섭대표 노조위원장은 사측에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진행하기도 해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듯 했다.

 

마라톤 회의를 통해 노사는 한발씩 양보해 입장차를 줄여 △기본급 2.5% 인상 △전 사원 연차제도 단일화 △임금피크제 대상 조치는 1심 소송 결과 후 재논의 등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달 27일 열린 2차 찬반 투표에서도 재적인원 3507명 중 1741명(55.2%)이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KAI는 창사 이래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8193억원 영업이익은 2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 75% 증가했다.

 

올해 2분기도 매출액 891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으로 실적이 급증했다.

 

이런 호실적에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 불신임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커지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현 교섭대표 노조 집행부의 교체를 촉구하는 글에 찬성하는 직원들의 댓글들이 여러 개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교섭대표 노조위원장이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면서 노노 갈등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KAI 한 노조원은 “가장 중요한 임단협도 잠정합의안이 두 번이나 부결된 마당에 30일부터 총파업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소수 복수노조 대표도 참석하지 않는 창립기념일의 행사에 교섭대표 노조가 참석하면서 조합원들의 의견에 귀를 닫는 행보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