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세밀한 묘사로 ‘묵직한 울림’

알렉산더 가이 韓 첫 개인전 ‘JETSET’
일상 사물 그려 과시·포장 등 문제 풍자

매끄러운 표면과 뚜렷한 색채, 두껍게 바른 물감, 평면적이지만 세밀한 묘사, 강렬한 인공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은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 현상과 대중문화, 트렌드를 날것 그대로 담아낸, ‘타임캡슐’이다.

알렉산더 가이의 화풍은 로마, 이집트, 이슬람 미술에 멕시코 벽화운동, 정치 선전물, 그라피티 등 다양한 요소를 버무려 만들어졌다. 그의 작업 전반에는 그만의 해석이 담긴 독특한 시각언어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구상회화와 팝아트를 결합해 광고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기법을 자주 활용한다.

 ‘love is... TURQUISE’(러브 이즈 ··· 터콰이즈, 2024).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색 계열의 생활용품, 식료품, 청소 도구 등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배경을 물건들과 비슷한 색상으로 칠해 시각적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커다란 단색 배경 캔버스에 빈틈없이 오브제를 배치하고 실감 나게 그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에게 조명을 비추듯 극적 효과를 주어 모두가 주목하도록 힘을 부린다. 이는 평범한 대상에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품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 본질을 사유케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활동하는 작가 알렉산더 가이의 국내 첫 번째 개인전 ‘JETSET’(젯셋)이 10월2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린다. 작가는 일상 속 사람, 장소, 물건에 관심을 두고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통찰을 공유한다.

 ‘TESCO – METRO…SEALED WITH A KISS’(테스코-메트로-실드 위드 어 키스, 2024). 주황색 배경 위에 난색 계열의 물건들을 배치해 작품 ‘love is... TURQUISE’와 대비를 이룬다. 두 작품은 마치 음악 앨범의 메인 트랙과 사이드B 트랙처럼 상호 보완작용을 한다. 

전시 제목 ‘JETSET’은 세계를 여행하며 삶을 즐기는 부유한 상류층이나 유명 인사를 말한다. 가이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조작한 일상 모습을 인터넷에 퍼 올리며 가상의 유명인으로 변모해 가는, 새로운 ‘JETSET’의 등장에 주목한다. 그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긴장감, 팬데믹 봉쇄 이후 급변한 소비주의 사회, 급등한 식료품 가격, 그리고 과도한 포장재 사용 등의 문제를 맥도널드 키오스크, 그릴 위의 고기, 커피 자판기 등 마주치는 일상 요소를 상징적 매개체로 삼아 작품에 표출한다. 각 작품은 독립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상호 연관성을 통해 전시의 서사를 형성한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사물에 새로운 시각적 가치를 부여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현대의 문제들을 그만의 방식대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급변하는 사회적 이슈에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주변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고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