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한 달 앞두고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등에게 내려진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유족 단체는 30일 “법원이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무죄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해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 혼잡 경비 요청을 했거나 최소한 구청 공무원들이 골목 내 교차 통행 등 인파 통제에 나섰다면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 법논리에만 매몰돼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족이 바란 것은 처음부터 단 하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유가족의 애통하고 비통한 마음이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아 돌아오지도 못한다”며 “책임있는 자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참사는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안전 사회를 위해 책임자의 엄중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는 국민이 사법부에 부여한 막중한 역할이라면서, 단체는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 처벌을 간곡히 바라던 유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계속해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 뒤에는 “오늘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에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같은 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54)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1심에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이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은 강제되지 않는다. 이 전 서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 박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반면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게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최원준(60)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과 유승재(58) 전 용산구 부구청장 그리고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