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2년 만의 1심 유죄, ‘안전 불감’ 경종으로 삼길

법원이 2022년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어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참사 후 2년이 지나 내려진 사법부의 첫 판단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판결을 경종으로 삼아 다시는 그와 같은 인재(人災)가 일어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용산구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다”며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와 경찰의 정보보고 등을 종합하면 핼러윈 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 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것이 확실했는데도 경력 배치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오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경찰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방역당국은 각종 모임 자제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조치를 취했다. 이는 불가피한 일이었으나 그로 인해 청년들의 불만이 가중된 것 또한 사실이다. 방역당국의 서슬이 시퍼렇던 2020년은 물론 2021년 10월 핼러윈 데이에도 이태원은 스트레스를 풀려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죽하면 언론에서 ‘역대급 인파’라는 표현까지 나왔겠는가. 코로나19의 위세가 한풀 꺾인 2022년 9월26일 방역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 뒤로 예고된 핼러윈 데이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 것이란 점을 경찰이 몰랐다면 말 그대로 무능의 극치요, 알면서도 수수방관했다면 직무유기일 것이다.

이달에는 여의도 불꽃축제, 한강공원 빛섬축제 등 대규모 행사가 예정돼 있다.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깊이 새기길 바란다. ‘설마’ 하는 안일한 인식을 내던지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최고 수준의 안전대책을 세워 모든 행사가 무리 없이 진행되게끔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