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권고를 1년 넘게 묵살하고, 법이 정한 이행계획 제출 의무도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위상 강화와 역할 확대를 주장해 온 민주당이 실제로는 인권위를 무시하는 자기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실이 30일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해 9월 25일 받은 인권위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권고에 대해 이행계획을 통지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하려는 북한인권법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조사 및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는 핵심적 실행 기구인 재단의 출범이 필수적”이라며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 이사 5명을 국회의장에게 조속히 추천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인권위에 이행계획을 통지해야 한다. 권고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그 사유를 인권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권고 이후 1년이 지난 현시점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위가 지난 1월 26일 이행계획 통지를 요구하자 원내행정국장이 뒤늦게 “상근이사 신설 등 북한인권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거의 마무리됐기에 법안 통과 후 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구두로 답변했을 뿐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원내대표의 답변이 아닐뿐더러 구두 답변이어서 이행계획을 통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원내행정국장 말대로 당시 여야 간사가 북한인권재단 출범과 관련해 접점을 찾긴 했지만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고, 민주당의 이사 추천도 이뤄지지 않았다.더욱이 22대 국회 들어서 민주당은 관련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권위 권고와 관련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내 논의도 들어본 바로는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인권위 역할을 중시해 온 자신들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2대 국회 4개월 동안 총 10건의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부분 인권위의 독립성을 강화(고민정·서미화·진성준 의원안)하는 동시에,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강유정·윤종군 의원안)하고 역할을 확대(서미화·이재강 의원안)하는 내용이다. 그래놓고 정작 자신들의 문제 앞에선 인권위 권고를 못 본 척하며 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조치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해야 하는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8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는 “민주당에 이행계획을 통지할 것을 추가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북한인권의 참상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있는 그대로 알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북한인권을 위해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고, 재단 임원 구성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