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가부 또 ‘셀프 축소’… 성평등정책 심의기구 비상설화 추진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 관련
‘효율성’ 이유 개정안 입법예고
2022년에도 추진했다 폐기돼

전문가 “비상설화가 더 비효율적
매년 3만건 심의… 필요성 여전”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만들기 위한 심의·조정 기구인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중앙위)’ 비상설화를 추진한다. 2022년에도 한 차례 개정을 시도했다가 운영 연속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는데, 이를 재추진하는 것이다.

 

30일 여성가족부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성별영향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개정안은 여가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고 적시된 중앙위를 ‘필요한 경우 구성·운영할 수 있다’고 변경했다. ‘여가부 장관은 중앙위의 구성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9월6일부터 10월16일까지다.

정부서울청사의 여성가족부. 뉴시스

성별영향평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개선하는 제도다. 중앙위는 성별영향평가의 기준과 방법을 조정하고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심의기구다. 상설위원회로 있던 중앙위를 필요할 경우 잠깐 운영한 뒤 해산하는 비상설위원회로 전환한다는 게 이번 개정안 취지다.

 

여가부는 2022년에도 동일한 개정을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비효율적인 정부 위원회를 폐지하라고 주문했는데, 여가부는 중앙위를 비상설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정비에 나섰다.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던 개정안이 자동폐기되자 여가부는 개정안을 그대로 22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여가부는 이번 개정 취지도 같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정부 정책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면서 (위원회를) 비상설로 두거나 폐지하고 있다”며 “(개정하면) 회의 주제에 따라 위원을 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위를 비상설화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우려했다. 21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송주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중앙위를 비상설위원회로 전환 시 민간위원 선정 및 해산을 매년 3∼4회에 걸쳐 반복해야 한다”며 “민간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회의 개최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설 전환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중복되거나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를 폐지·통합하고 있는데, 중앙위는 매년 3만건에 달하는 과제를 심의하고 정책개선을 권고하고 있어 필요성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중앙위 비상설 전환 관련 쟁점을 연구한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중앙위) 사업의 규모도 매우 클 뿐 아니라 그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비상설기구 전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정부는 중앙심의기구로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별영향평가 운영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성별영향평가 운영비는 35억2900만원으로 책정됐다. 2023년에는 39억9600만원이었는데, 2024년 36억6400만원으로 줄더니 올해는 35억원대로 내려왔다.

 

특정성별영향평가 과제를 2023년 7개에서 내년 4개로 줄이며 과제 운영비를 2억원 가까이 줄인 영향이 컸다. 특정성별영향평가는 개선이 필요한 정책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많게는 연간 12개까지 추진했는데 내년에는 최소 수준인 4개만 진행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특정성별영향평가 사업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다”면서 “위탁사업 계약 과정에서 낙찰 차액만큼 불용액이 발생해 내년도 예산을 감액하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