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협의체 석 달째 ‘헛바퀴’… 시장 놓고 갈등만 증폭

정부, 10월 상생안 도출 ‘빨간불’

핵심 수수료 인하 안건 상정 못해
플랫폼 “내리기 어렵다” 버티기

외식업체선 ‘불공정거래’ 이유로
배민 신고… 다른업체로 확대 검토

정부 “공익위원 중재안 마련 예정”
업계선 “권고안으로 마무리 될 것"

정부가 배달 수수료 해결책을 내놓겠다며 꾸린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상생협의체가 석 달째 헛바퀴만 돌리는 모양새다. 논의가 평행선만 달리는 사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간 비방전 등 배달 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면서 10월까지 상생안을 도출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5차 협의체 회의에선 결제수수료 현황과 수수료·광고비 관련 투명성 제고 방안, 고객 데이터 공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시스

정부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10월 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상생협의체는 다섯 차례 만남에도 중개 수수료 인하를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공회전만 거듭하는 상황이다.

 

배달 업계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핵심 수익 모델인 수수료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플랫폼들의 주장이다.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현재 9.7∼9.8%인 배달앱 수수료율을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땡겨요’ 등 수수료율(약 2%)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생협의체가 해법은커녕 사실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자 배달앱과 외식업체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27일 공정위에 가격 남용 등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신고했다. 협회는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불공정거래행위도 파악하고 있다.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의 갈등이 강대강 구도로 치닫자 정부는 이달 중 구체적으로 공개될 예정인 입점업체 측의 상생방안이나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수수료 인하 등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각종 인센티브를 활용해 플랫폼 업체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협의체가 출범할 때부터 정부는 사업자들과 계속 논의해 방안을 모색해보고 그 과정에서 사업자들의 협조 태도 등에 따라서 공익위원 중심으로 중재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사업자들이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중재안을 시장에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상) 동력을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월 중 입점업체 측이 마련한 (상생) 방안이나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 마련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토대로) 플랫폼 업체 측을 최대한 설득하고,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전 부처가 맡은 바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음식배달 종사자들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까지 나서 이달 중으로 배달 수수료 완화 등 자영업자와 배달 플랫폼과의 상생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둔 데다 상생안 도출을 약속한 10월 말까지는 어떠한 내용이라도 발표를 해야 하는 압박이 큰 상황”이라며 “협의체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기구인 데다 자유경제시장에서 수수료 인하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구체적인 상생안보다는 정부가 권고안을 내는 방식으로 협의를 마무리 지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상생협의체 논의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10월8일 열리는 협의회 6차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운영사 3사 대표가 같은 날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