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김 여사 리스크’… 돌파구 못 찾는 여권 [뉴스분석]

국민의힘 위기감 고조

尹대통령 국정 25.8%만 긍정평가
與 30%선 붕괴… 尹·韓갈등 여파 속
韓, 尹 참석행사 30분전 돌연 불참도
野, 특검법 무기로 국감서 정조준

빈손 회동·계파 갈등에 국정 난맥 여전… 보수 지지층도 흔들

명품백·주가조작 이어 공천개입 의혹
꼬리 문 ‘김여사 의혹’ 싸고 당정 균열
‘김여사 사과’ 놓고 친한·친윤 갑론을박

야권, 당정 취약한 연결고리 공략 집중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반발
국감서 전방위 압박, 여론전 우위 노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여권 내 공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특검법 추진,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정조준하고 있으나, 뾰족한 차단 방안이 없어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2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세부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해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5.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70.8%로 집계돼 취임 후 처음으로 70%대에 진입했다. 리얼미터는 “여당 지도부와 빈손 회동,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계파 대리전 등 국정 난맥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공천개입 의혹 등 김 여사 리스크까지 겹치며 보수층 등 핵심 지지층이 흔들린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26∼27일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국민의힘이 29.9%를 나타내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으로 30%선이 붕괴됐다. 더불어민주당은 43.2%로 국민의힘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다음은 조국혁신당 9.2%, 개혁신당 4.3%, 진보당 1.8% 순이었다.

 

이 같은 여론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지난주 체코 순방 이후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추석 직전 20%선을 간신히 지켰다.

 

문제는 의료대란 등 산적한 국정과제를 놓고 당정이 화합하지 못한 채 서로 불신만 키우는 데에 김 여사 리스크라는 난해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사건, 공천개입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사과 여부를 두고 고심만 거듭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여사 관련 여론이 안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원내 핵심관계자)는 하소연이 나온다.

野 5당 “尹 거부권 행사 말라”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0일 야 5당(더불어민주·조국혁신·진보·기본소득·사회민주) 소속 의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김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사이의 지속적이고도 핵심적인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 4·10 총선 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터져 나온 김 여사 사과 요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비공개로 논의하려던 사안 중에도 김 여사 문제가 포함돼 있다.

 

한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명품백 수수 사건 등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같은 행사에 참석 예정이던 한 대표는 행사 시작 30분 전 돌연 참석을 취소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를 두고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 잘못한 게 있으면 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한 대표를 지원 사격한 반면, 윤상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국감 시기는 때가 아니다”라며 “떠밀려서 사과하기보다는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가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수 있게끔 토양이나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권이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야당은 김 여사 문제에 집중해 정부·여당의 취약한 연결고리를 공략하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되자 야 5당(민주·조국혁신·진보·기본소득·사회민주)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김건희 왕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명령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야당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맞섰다. 한 총리는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초유의 입법 권력 남용이 계속되며 정치는 실종되고 삼권분립의 헌정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정부는 기존 특검 법안들의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여러 차례 국회의 재논의를 요구했음에도, 국회는 그 위헌성을 수정·보완하려는 노력 없이 위헌성이 더욱더 가중된 형태의 특검 법안들을 다시금 의결했다”며 “사건 진상 규명보다는 대통령의 반복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유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는 “대통령이 후보자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어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휴일을 피해 2일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취임 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법안이 24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5000만 국민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또다시 특검을 거부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국민적 저항과 정권 몰락뿐”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재발의를 통한 당정 균열도 노리고 있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전날 “김 여사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계속 나오면 국민적 압박이 세질 테고 그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 균열이 온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야당은 김 여사 석·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까지 포함, 김 여사 문제를 계속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리기 위해 증인을 대거 채택해둔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텃밭 지역인 영남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체감될 정도여서 10·16 재보선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선은 4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 ‘미니 선거’이지만 총선 후 민심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 성격이 있는 데다, 4곳 가운데 여권 지지세가 강한 2곳(부산 금정구·인천 강화군)에서 이변이 벌어지면 한 대표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낼 수 있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재개하면서 지역 주민 반응이 좋지 않다”며 “여사는 가만히 계시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민주당이 김 여사 이야기만 하면서 정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불만이 크지만, 지역 주민들이 워낙 김 여사를 안 좋게 생각해서 큰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