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천신통의 느린 토스로는 ‘11억 듀오’ 이소영-이주아 영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힘들다

구슬이 서 말이래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래서는 11억을 들여 이소영과 이주아를 영입한 효과가 크게 반감될지도 모른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지난 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를 감행한 팀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강하기 위해 정관장에서 FA로 풀린 이소영을 연봉 7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강소휘와 더불어 FA시장 최대어였던 이소영을 품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들 블로커 이주아도 연봉 4억원을 약속하고 품었다. 이소영과 이주아의 보강을 통해 우승후보까지는 아니어도 봄 배구 진출은 유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소영과 이주아 모두 포지션에서는 그리 큰 신장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이소영은 175cm의 단신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점프력으로 타점을 보강하는 타입의 공격수다. 그 스피드를 살리고 낮은 타점을 가리려면 낮고 빠른 토스가 필요하다. 이주아의 신장은 185cm로 작은 편은 아니지만, 공격에서는 속공에선 그리 큰 위력이 없고 ‘이동주아’라는 별명을 보유한 선수답게 이동 공격에서 큰 강점이 있다. 외발로 뛰어올라 때리는 이동 공격 역시 공격수의 빠른 발뿐만 아니라 이를 올려주는 세터의 토스워크도 빨라야 한다.

다만 두 선수를 활용하기엔 아시아쿼터 세터 천신통의 토스워크가 아쉽기만 하다. 30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조별예선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는 천신통의 느릿한 토스로 인해 이소영과 이주아가 공격에서는 아무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천신통의 느릿한 토스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도 경기 전 우려한 부분이었다. 그는 사전 인터뷰에서 “천신통이 중국의 대륙성 기질 때문인가 느리다. 만만디가 배구에도 배어있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KOVO컵 대회에서는 별다른 지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배구를 하게 두려고 한다”고 믿고 맡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천신통의 국내 무대 데뷔전.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히 그의 토스워크는 느렸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를 맡았던 폰푼(태국)의 토스가 너무 빨라서 문제였다면, 천신통의 토스는 너무 느려서 문제였다. 상대 블로커들이 공격수에게 따라붙을 시간이 충분할 정도였다.

 

낮고 빠른 토스를 받지 못한 이소영은 1세트에 여섯 차례 공격을 시도해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범실도 하나 나와 그의 1세트 공격 성공률은 0%. 공격 효율은 –16.67%였다. 이주아도 전매특허인 이동 공격은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하고 속공 3개와 오픈 공격 1개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위에 돌아갔다. 11억 듀오의 1세트 공격 득점은 0점이었다. 자연히 IBK기업은행은 세트 초중반 크게 열세를 보였고, 세트 중반 따라붙었으나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이소영의 IBK기업은행에서의 첫 득점은 2세트 19-18에서야 처음으로 나왔다. 이 역시 천신통의 느린 토스를 이소영이 상대 블로커를 활용해 쳐내기를 해냈기에 성공한 것이었다.

 

물론 이소영이 공격으로만 팀에 기여하는 선수는 아니다. 이날도 리베로를 방불케하는 플라잉 디그로 팀 후방을 든든히 지켰고, 2세트에는 블로킹만 3개를 솎아내며 IBK기업은행의 역전극을 이끌기도 했다. 3세트에도 토스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상대 수비의 빈곳과 블로킹을 역이용하는 영리한 공격으로 세트 초반에만 공격으로 2점을 올리며 팀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이주아도 3세트 들어 천신통과 호흡이 점차 맞아가는 모습이었다. 3세트 4-4에서 이날 처음으로 이동공격을 성공시켰다. 이소영과 이주아가 공격에서의 기여도가 전무한 상황 속에 1세트를 무기력하게 패했던 IBK기업은행은 2세트 대역전극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뒤 3세트엔 초반부터 대등한 싸움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소영과 이주아의 공격력이 크게 반감된 상황에서 주 공격수를 해줘야할 새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의 공격도 그리 특출난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191cm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타점이 그리 높다는 인상도, 그렇다고 파워가 좋아 상대 블로커들을 다 튕겨낼 정도도 아니었다. 빅토리아도 천신통의 토스워크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하다 보니 공격 성공률은 3세트까지만 해도 30%를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세트부터 분전해 공격 성공률을 급격히 끌어올린 빅토리아의 최종 성적은 31점, 공격 성공률은 34.09%였다.

 

반면 정관장의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와 아시아쿼터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인도네시아)를 함께 가동하는 ‘쌍포 전략’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 리시브를 받은 부키리치도 198cm의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흠결은 없었다.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연결하는 확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상대 서브에 에이스를 허용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부키리치가 31점(공격 성공률 39.71%)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가운데, 메가도 22점(35.29%)을 올리며 정관장 공격을 부키리치와 함께 이끌었다.

3세트 들어 다시 경기력을 재정비한 정관장이 화력 싸움에서 한 수 위의 모습을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정관장은 4세트에선 12-17로 뒤지던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 신은지의 투입 이후 무려 연속 9점을 내리 내며 승부를 21-17로 뒤집었지만, 다시 21-23으로 뒤집혔고 결국 승부는 5세트로 향했다.

 

5세트는 그야말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 됐다. 승부를 가른 것은 주공격수의 역량에서 한 수 앞선 정관장이었다. 정관장은 풀 세트 접전을 3-2(25-20 18-25 25-23 23-25 15-11)으로 승리하며 KOVO컵 첫 승을 따냈다.

 

정관장도 이기긴 했지만, 유쾌한 승리는 아니었다. 리베로 노란이 리시브나 디그 상황에서 수비 전문 선수답지 않게 수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아울러 큰 공격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메가와 부키리치는 그만큼 범실도 많았다. 이날 메가와 부키리치가 합작한 범실 개수는 19개(부키리치 9개, 메가 10개)로 IBK기업은행 팀 전체가 범한 범실 개수(22개)와 비슷할 정도였다. 이는 향후 다른 경기에서 큰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IBK기업은행의 ‘11억 듀오’ 이소영과 이주아는 세터와의 상성 문제 속에 나란히 10점(이소영 공격 성공률 19.05%, 이주아 공격 성공률 21.43%)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소영은 블로킹 3개를 솎아내고 후방에서 든든한 수비력을 자랑하긴 했지만, 공격이 끝내 아쉬움을 남겼다. 이주아도 미들 블로커의 주 임무인 블로킹은 7개를 잡아내며 공격에서의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