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대표하는 고급 증류주를 언급하라면 아마도 영국의 스카치위스키와 프랑스의 코냑을 들 수 있다. 각각 곡물 증류주와 포도 증류주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치위스키의 지난해 수출총액은 56억파운드로, 우리 돈으로 약 10조원이다. 코냑은 33억5000만유로로 5조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고가 제품에서도 서로 경쟁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최고가 위스키는 맥켈란 파인엔레어 1926 60년 숙성 제품으로 270만달러(35억원)에 낙찰됐다. 코냑은 100년 이상 숙성했다는 앙리 4세 그랑드 샹파뉴로, 22억원을 호가했다. 이처럼 영국과 프랑스는 술에서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둘 다 숙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스카치위스키는 3년 숙성을 최소 기간으로 잡고 있으며, 코냑은 2년 이상을 잡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스카치위스키는 단순히 숫자만 써넣으면 되는데, 코냑은 영문표기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VS(Very Special)는 2년 이상, VSOP(Very Special Old Pale)는 4년 이상, 그리고 XO(Extra Old)는 10년 이상이다. 이렇게 프랑스의 술인데 영문표기를 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영국으로의 수출이 가장 많았으며 현재도 95% 이상이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숙성하는 오크통 용기도 다소 다르다. 스카치위스키는 미국산 버번위스키 오크통에 스페인 셰리나 포트·마데이라 등 다양한 캐스크(오크통)를 사용하고 있지만 코냑은 프랑스 리무쟁 지역의 오크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리무쟁 지역의 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군함을 만들 정도로 견고했기 때문이다.
고급 증류주인 위스키와 코냑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군함과 리무진으로 이어지는 이런 문화적 관계성. 이 둘의 속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고, 그런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