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간 美 영부인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역사적 순간”

질 바이든, 셰인바움 취임 축하 사절단장 맡아
“美·멕시코 관계, 미국인 일상에 지대한 영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웃나라 멕시코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1일(현지시간)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당선인은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이를 두고 질 여사를 축하 사절로 보낸 것 자체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간접 응원이란 풀이도 나온다.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가 9월30일(현지시간)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질 여사는 1일 열리는 멕시코 새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 행정부의 축하 사절단장 자격으로 멕시코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9월30일 백악관에 따르면 질 여사는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이날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그는 켄 살라자르 주(駐)멕시코 미국 대사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해 대사관 직원들을 격려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살라자르 대사는 콜로라도주(州) 검찰총장, 연방 상원의원, 내무부 장관 등을 지낸 정계 거물이다.

 

스페인어로 “부에나스 따르데스”(Buenas tardes: 안녕하세요)라는 오후 인사로 연설을 시작한 질 여사는 미국·멕시코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쓰는 외교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미국·멕시코 관계만큼 미국인의 일상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양국 관계는 드물다”는 말로 미국 외교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오늘 밤은 무척 특별한데 (멕시코시티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이를 느낄 수 있었다”며 “멕시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둔 흥분이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원래 물리학과 에너지 공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과학자 출신이다. 1989년 좌파 성향의 민주혁명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2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 민주혁명당을 탈당해 지금의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을 창당할 당시 행동을 함께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그는 대통령 선거 출마에 앞서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인(왼쪽)과 퇴임을 앞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 AP연합뉴스

질 여사는 셰인바움 당선인이 대선 직후 “나 혼자 이 역사적 순간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 어머니, 딸 그리고 손녀들과 모두 함께 도착했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남편인) 조와 나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은 셰인바움 박사의 안녕을 기원하고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셰인바움 당선인을 향해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우리 두 나라는 더 번영하고 안전하며 민주적인 지역을 건설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미국은 오는 11월5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는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중이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약 250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출현한다. 질 여사의 연설은 ‘멕시코가 먼저 경험한 것과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간접적으로 응원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