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작 영화 ‘조커’는 뒤틀린 범죄자 조커(호아킨 피닉스)의 탄생을 그렸다. 무시당하고 구박받던 아서 플렉이 폭도들의 영웅인 조커로 부상하기까지 서글픈 삶을 따라간다. 5년 만에 나온 속편 ‘조커: 폴리 아 되’(사진)에서 조커는 고담시의 유명인이 됐다. 그를 소재로 TV영화까지 만들어졌다. 고담시의 군중이든, 영화 밖 관객이든 조커에게 기대하는 바는 비슷하다. 기득권을 조롱하는 그의 광기와 악행이 거침없을수록 환호는 커진다.
1일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는 이런 대중에게 “조커는 없다”고 일침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라는 환상을 깨부수며, 아서가 한 번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는 씁쓸한 진실을 보여준다.
‘조커: 폴리 아 되’는 뮤지컬 형식을 접목해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2편에서 조커는 생애 처음으로 연애를 하는 한편 재판을 받는다. 2년 전 범죄로 아캄 수용소에 갇힌 그는 이곳에서 운명적으로 할리 퀸(레이디 가가)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이 황홀한 심정으로 노래할 때면 삼엄한 수용소는 사랑의 궁전처럼 자유롭고 낭만적으로 변한다.
필립스 감독은 지난달 26일 한국 기자단과 화상 인터뷰에서 “아서는 로맨틱한 면이 있고 머리에 항상 음악이 연주된다”며 “아서가 삶에서 사랑을 찾게 된다면 안에 있는 로맨스를 표출하면 어떨까 싶었다. (뮤지컬 요소는) 아서가 1편에서 보여준 모습을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커는 2년 전 저지른 범죄로 법정에 선다. 변호사는 다중인격 장애를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기득권에 선처를 호소하는 조커는 할리 퀸과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재판 중 아서가 판을 뒤엎고 조커로 돌아와 법정을 농락하자 대중은 열광한다. 영화는 이 자체가 환상이라고 꼬집는다. 아무리 판사를 조롱해도, 조커는 사형 선고가 예정된 범죄자일 뿐이다. 평생 어머니의 기만에 조종당한 아서는 흉악범이 돼서도 조커라는 광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서의 맨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모쏠남’인 그가 처음 갖게 된 연인도 마찬가지다.
‘조커: 폴리 아 되’의 메시지는 흥미롭지만 영화적 재미는 아쉽다. 뮤지컬이라는 형식부터 취향이 갈릴 듯하다. 그간 국내에서 흥행한 뮤지컬 영화들은 웅장하거나 화려하고 눈요깃거리가 있었다. 이 작품은 교도소와 법정이 주 배경이라 이런 요소들과 거리가 멀다. 교정 드라마와 로맨스, 법정극을 오가는 전개도 평이하다. 무엇보다 대중이 조커에게 원하는 폭발력 없이 쇠약한 모습이 주로 나와 극적인 재미가 반감된다.
피닉스와 가가의 연기력은 빛을 발한다. 피닉스는 1편으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남우주연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는 등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처량한 아서와 살인마 조커 사이를 오가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우는 듯한 얼굴로 토해내는 특유의 웃음,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고담시를 바라볼 때의 쓸쓸함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영화 속 노래는 스튜디오가 아닌 촬영 현장 라이브로 녹음됐다. 가가의 제안으로 이런 방식을 택했다. 피닉스는 화상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라이브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아서는 어딘가 고장 나고 어설프기에 너무 매끄럽게 들리면 안 되고, 노래하는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