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퓨즈’로 전기차 화재 초기 진압

LG화학, ‘열폭주 억제’ 신소재 개발
발열 초기 단계서 전류 흐름 차단

LG화학이 ‘퓨즈’처럼 온도가 오르면 전기 흐름을 차단해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LG화학은 1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기반기술연구소 연구팀이 열폭주를 억제하는 온도 반응성 ‘안전성 강화 기능층’(열폭주 억제 소재·사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에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는 이민아 포항공대 배터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소재 해석을 진행했고, LG에너지솔루션이 안전성 검증에 참여했다고 LG화학은 전했다.



이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로, 마치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면 전선을 끊어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처럼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열폭주 억제 소재를 배터리의 양극층과 집전체(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알루미늄 포일) 사이에 머리카락 100분의 1 수준인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두께의 얇은 층 형태로 만들었다. 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온도가 90∼130도 수준으로 정상범위를 벗어나면 소재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기 저항이 변해 전류의 흐름을 억제한다.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전기 저항은 5000Ω(옴)씩 상승해 최대 저항은 정상 온도일 때보다 1000배 이상 강하다. 다시 온도가 내려가면 저항도 낮아져 전기가 통하는 상태로 돌아오는 가역성(可逆性)까지 갖췄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실시한 관통 실험과 충격 실험에서 일반 배터리는 모두 화재가 났지만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나지 않거나 불꽃이 발생해도 수초 안에 꺼졌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은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며 발열이 발생하는 열폭주로 알려졌다. 수초 만에 온도가 1000도 가까이 치솟으며 화재로 이어지는 만큼, 열폭주 억제 소재를 사용하면 발열 초기에 빠르게 반응 경로를 차단해 화재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