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 규제 강화로 줄폐업… 업계 “해외로 고객 뺏겨” [심층기획-韓, 해외 코인거래소 먹잇감 전락]

신고업체 22곳 중 12곳 “영업 종료” 선언
‘김치코인’ 발행사도 해외 이전 잇단 준비
“규제 준수 국내업체 역차별 해소책 필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해외 거래소의 ‘미신고’ 영업에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데 대해 ‘역차별’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까다로워진 기준에 맞추지 못한 국내 거래소는 줄줄이 영업을 접고 있는 실정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한 국내 22개 코인 거래소 중 12곳은 이미 ‘영업 종료’를 선언했다. 코인 거래소에선 원화 입금을 할 수 없는 탓에 다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옮겨오는 식으로 거래가 된다. 이는 해외 거래소와 거래 방식이 유사하다. 이와 달리 업비트과 빗썸 등 국내 5대 거래소는 은행 제휴를 통해 원화 입금이 된다.

사진=AFP연합뉴스

국내 VASP는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지난 7월부터 해킹에 대비해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했다. 이상 거래 탐지나 예치금 보관 의무 등도 운영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12개 업체는 결국 폐업을 택하고 있다.



나머지 거래소들도 현재 거래량이 거의 없어 업계에서는 5개 원화 거래소를 비롯한 10개 안팎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39개 VASP 중 27곳이 2021년 신고가 이뤄졌는데, 3년마다 갱신이 필요한 만큼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의 심사가 예정돼 있다.

코인 거래소들은 이 같은 줄폐업의 배경에 해외 거래소가 있다고 토로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다양한 코인 거래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해외 거래소는 사실상 규제 없이 영업하고 있고 선물 거래까지 가능하다 보니 고객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했던 가상자산 발행사들도 미신고 해외 거래소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VASP가 모인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의 이준복 이사장은 “국내 가상자산 업체와 비교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허술하다 보니 이들 업체가 아프리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내고 국내에서 영업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규제를 잘 지키는 국내 업체가 피해 보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