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채무자 폭행’…조양은은 무죄, 폭행 도운 공범은 유죄, 왜?

폭력조직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74) 씨와 함께 필리핀에서 채무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공범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상해로 기소된 A(5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조 씨와 함께 필리핀에서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민을 권총으로 위협하고 3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신체에 화상을 입고, 치아도 여러 개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범행 8년 만인 지난 2021년 1월 체포됐다.

 

피해자가 소재 불명으로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5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주요 부분에 관해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피해자가 제출한 상처 부위 촬영 사진도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며 피해자의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조 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상해를 가했는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상해의 정도도 가볍지 않아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와 피고인이 합의했고, 폭행의 대부분은 조 씨가 가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가담 정도는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A씨와 같은 혐의로 별도 기소된 조씨는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1심은 그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핵심 증인인 피해자 B씨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이는 B씨가 1심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2심에선 주소가 달라진 뒤 연락이 닿지 않아 법정 증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행사된 상태에서만 피해자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원칙에 따라 B씨의 1심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고, 수사단계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