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일 고려아연[010130]의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면서 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회장 측에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공개 매수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는 계획을 공표하면서 경영권 사수를 위한 반격에 나섰다.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보유한 실탄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향후 경영권 분쟁의 주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에서 법원 결정과 관련, "고려아연이 영풍 측의 공개매수 기간과 무관하게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일련의 행위들을 실행하는 것이 합법적 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해준 결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전량 소각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고 공격하는 데 대한 방어막을 친 것이다.
그간 MBK·영풍은 "공개 매수 전에 형성된 주식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 고려아연이 손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은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이나 우호 주주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 등과는 달리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며 "본질적으로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것으로서 '배당'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가보다 높게 자기주식 취득 가격을 정하더라도 회사의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한국은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를 통해 단기 차익과 수익률 극대화만을 노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과 함께 외부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공개 대항 매수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공개 대항 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1차로 자금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공개 대항 매수에 참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영풍이 낸 추가 가처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낸 상태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상법에 따라 산정되는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MBK의 주장은 법인이 승인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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