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돌보겠다”… 말기암 아내 ‘간병 살인’ 시도 70대 자수 [사건수첩]

70대 男, 아내 살해 시도한 뒤 112에 신고
말기암 아내는 위독…남편, 십수년 병간호
정부 간병비 지원 한계…개인 부담은 증가

암에 걸린 아내를 10년 넘게 홀로 병간호해온 70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간병 살인’으로 불리는 보호자들의 가족 살해 시도는 오랜 병간호와 경제적 결핍, 심리적 압박이 불러온 비극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간병에 나선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재가복지서비스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A씨는 이날 0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자택에서 잠이 든 60대 아내 B씨의 목을 졸라 죽이려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이후 A씨는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다.

 

A씨는 신고 당시 “말기 암 환자인 아내를 십수년간 병간호해왔으나,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A씨 진술의 진위를 파악한 뒤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A씨처럼 병간호에 지쳐 아픈 가족의 목숨을 빼앗거나 살해를 시도하는 ‘간병 살인’의 비극은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가족을 옭아매는 간병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경남 양산에선 뇌경색을 앓는 아내를 살해한 남편 C씨가 체포됐다. C씨는 아내의 투병 생활로 10년간 8000만원 넘는 빚을 지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2년 전에는 자신도 뇌경색 진단을 받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등 극심한 생활고가 찾아왔다. 1심 법원은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도 60대 남성 D씨가 장애가 있는 아들을 40년 가까이 돌보다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진 D씨 역시 자신의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와 아들의 간병을 병행하면서 경제적·심리적 부담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