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차단’ 무기로 경쟁사에 갑질… 카카오모빌 ‘철퇴’

공정위, 과징금 724억·檢 고발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 실시간 제공 요구
거부하면 호출 차단… 경쟁사들 무력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인식하고도 실행
카카오T블루 점유율 2년 새 80%로 ‘껑충’

한기정 “지배력 확대 반경쟁 행위 제재”
카카오모빌 “위법 없었다… 行訴로 대응”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에 운행정보 등 영업 비밀을 실시간으로 제공해달라고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일반호출(콜) 서비스를 차단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호출 서비스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차단’을 무기로 이 같은 ‘갑질’을 한 결과 경쟁사들은 소속 기사들과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를 겪었다. 경쟁력을 잃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이런 불공정 행위에 힘입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51% 정도였던 가맹호출 서비스 ‘카카오T블루’의 시장 점유율을 2022년 80%까지 높였다.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정류장에서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 등 경쟁사를 상대로 불법 콜 차단을 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2015년 3월부터 일반호출 서비스를 개시했고, 2019년 3월에는 자회사를 설립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호출은 모든 중형 택시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96%(2022년 기준)에 달해 압도적인 지배력을 자랑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서비스로 수수료 대신 운행정보를 수집하고, 가맹호출 서비스를 통해서는 플랫폼 사용료 등을 받는 등 2개의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말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사를 가맹택시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반호출 차단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차단이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반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공정위가 확보한 문건을 보면 카카오 법무팀은 일반호출 미지급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했다.

 

그런데도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5월 승객의 브랜드 혼동 등 각종 구실을 꾸며 일반호출 차단을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으로 경쟁사를 대상으로 핵심 영업 비밀인 소속 기사의 정보, 택시 운행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경쟁사 입장에서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경쟁사 소속 기사를 상대로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하겠다고 압박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위가 “경쟁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와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든 요구”라고 판단했다.

 

경쟁사 입장에선 제휴계약을 받아들이면 영업 비밀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제공한 결과 가맹택시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거부하면 일반호출 차단에 따라 자사 소속 기사들과의 가맹계약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제휴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 소속 기사 1만2000여명에 대해 일반호출 콜을 차단했다. 이에 소속 기사들의 가맹 해지가 폭증하자 타다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체결, 영업 비밀을 제공하기로 입장을 바꿔야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행위로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의 점유율이 2020년 51%에서 2022년 79%까지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사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당했고, 카카오모빌리티 대비 점유율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우티만 시장에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거대 플랫폼이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 시장(가맹호출)에서 경쟁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접 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공정위 제재 조치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행정소송을 통해 법 위반 행위가 없었음을 법원에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된 과징금은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사건 기준 역대 4위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2월 ‘콜 몰아주기’ 행위가 적발돼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