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군 부사관 함정 보직률 80%로 ‘뚝’… 전력공백 우려

구축함은 75% 그쳐… 미달 심각
외박 제한 등 열악한 근무조건 탓
“복무 유지 위한 특단책 필요” 지적

해군 함정에 복무하는 부사관의 보직률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정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장교와 병사 사이 허리 역할을 하는 부사관의 보직률이 수년간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용함이 미 해군 함정들과 함께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해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해군 부사관의 함정 보직률은 80.8%에 그쳤다. 2021년만 해도 86%에 이르렀던 보직률은 계속 줄어들기 시작해 겨우 80%를 넘긴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해군 핵심전력인 구축함의 경우 2023년(76.8%)에 이미 70%대로 줄어들어 올해 7월에는 75.5%를 기록해 모든 함정 보직률의 평균을 하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축함은 대함(對艦) 및 대잠수함 공격을 주 임무로 하는 중대형 함정을 말한다. 이런 구축함은 수상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투함으로, 현대 해상 전투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전력이다. ‘이지스 시스템’(목표의 탐색으로부터 이를 파괴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포함한 미 해군의 최신 종합 무기 시스템)을 갖춘 ‘세종대왕급’ 구축함이 대표적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군 병력 감소와 맞물려 병사(수병)가 줄어들고, 군 전문화 차원에서 해군은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만 탑승하는 ‘함정 간부화 시범함’ 사업도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실제로 해군 병사도 2023년 기준 함정 보직률은 83.2%, 구축함은 80.8%에 그쳤다. 배에 오르는 간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군의 장병 운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는 대목이다. 함정에서 근무하게 되면 외박·외출도 자유롭게 나갈 수 없을뿐더러 휴대전화 사용까지 제한되는 등 열악한 근무조건이 부사관의 함정 보직률이 미달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함정은 정상적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상태”라며 “모집 후보군의 수가 줄어드는 문제와 사회적 여건 등 어려움이 있지만, 근무 환경 개선 등 장병을 더 많이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항해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함정근무 부사관 부족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해군 부사관의 모집과 복무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군의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