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낙태권·총기… 네거티브 없이 정책 중심 ‘젠틀한 설전’ [美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

팽팽한 긴장감 속 중동 문제 등 공방
발언 끼어들기에 마이크 전원 꺼지기도
월즈 “트럼프 감세정책 부유층만 혜택”
밴스 “해리스 한 일 식품·주택비 올린 것”

11월 미국 대선 전 양측 간 마지막 토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통령 후보 토론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정책 위주로 진행됐다. 어느 한쪽이 특별히 앞서나가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초반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다소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 2020년 선거 결과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면서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이 수세에 몰렸다.

 

미국 부통령 후보 밴스 상원의원과 월즈 주지사.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후 9시부터 CBS 방송 뉴욕 센터에서 열린 토론에서 두 후보는 이번 토론이 양측 간 마지막 토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공세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첫 질문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만큼 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타격을 지지하겠느냐였다. 월즈 주지사는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 듯 드문드문 말을 멈추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두 번째로 대답해 다소 여유가 있었던 밴스 의원은 사회자와 시청자, 월즈 주지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하겠다며 성장 배경까지 설명한 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짧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부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에선 전세가 역전된 모습이었다. 월즈 주지사는 밴스 의원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밴스 의원은 “나는 미래에 집중한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월즈 주지사는 이를 “끔찍한 무응답”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은 대체로 정책 위주로 진행됐다. 정책과 관련해 두 후보가 각각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거의 하지 않았다. 밴스 의원이 월즈 주지사의 군복무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해온 만큼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토론은 과열됐고 서로의 발언에 끼어드는 일이 계속되자 사회자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직권으로 후보의 마이크 전원을 끄기도 했다. 이번 토론은 대통령 후보 토론과 달리 마이크 음소거 규칙을 없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초반 다소 경직됐던 월즈 주지사는 현직 주지사답게 정책을 꼼꼼하게 언급했고, 자신이 주지사로 행정을 챙기고 있는 미네소타주 정책을 자주 예로 들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중산층 복원 정책과 첫 주택 구매 정부 보조 정책, 보험 정책 등을 언급할 때는 미네소타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주택 구매 보조 정책을 언급했다. 밴스 의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급하면서 맞섰다.

토론은 이민정책, 재생산권(낙태권), 경제정책 및 인플레이션, 총기규제 등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다뤄진 주요 쟁점 정책 위주로 진행됐다. 경제 정책에서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부유층만 혜택을 보고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인 8조달러가 늘었다고 지적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 관세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키우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소비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밴스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한 일은 식품·주택 가격을 오르게 한 것뿐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이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훌륭한 계획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행해야지 (대통령으로) 승진시켜달라고 요청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민정책과 관련해 월즈 주지사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좌초된 바이든 행정부의 포괄적 국경통제강화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민정책이 실패했다며 “트럼프(전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재시행하고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초강경 입장을 내놨다.

 

악수로 시작한 토론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1일(현지시간) CBS 방송 뉴욕 센터에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에 나선 공화당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왼쪽)과 민주당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정책 위주로 토론이 진행됐지만, 사회자들은 부통령 후보 개인의 자질과 논란에 대한 질문도 했다. 월즈 주지사는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반박하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잘못 말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밴스 의원은 자신이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데 대해 “물론 난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던 적이 있지만 내가 트럼프에 대해 잘못 알았다는 사실도 매우 솔직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토론 직후 각 후보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월즈 주지사는 밴스 의원을 총 1분21초 공격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7분58초 공격했다. 밴스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을 5분30초 공격하고 월즈 주지사는 2분43초 공격했다. 이날 NYT와 CNN 등 현지 언론이 부통령 후보들의 발언의 진위를 확인한 결과 과장·오해 소지 발언들이 다수 있었으나 대통령 토론보다는 적게 집계됐다. 다만 밴스 의원이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의 경우 거짓이었다. CNN에 따르면 밴스 의원은 오하이오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2022년 “낙태가 전국적으로 불법화되기를 확실히 원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