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2월 일본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시에서 일가족 4명이 살해됐다. 당시 23살의 멘다 사카에(免田榮·사진)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법원은 1952년 사형을 확정했다. 그러나 재심 청구를 거듭한 끝에 1983년 7월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일본에서 사형 확정 후 재심을 통한 무죄 판결이 나온 첫 사례였다. 누명은 벗었으나 그사이 감옥에서 34년을 보내야 했다.
“멘다에게 독서는 살아가는 것이었다.” 기약 없는 수형생활을 버티게 한 것 중 하나가 1000여권의 책이었다고 한다. 2020년 세상을 떠난 그를 대신해 아내가 이 책들을 구마모토대에 지난달 기증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멘다는 감옥에서 역사, 과학, 종교,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한 법전에는 체포에 관한 조문이 있는 페이지에 작은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인간의 역사, 선사·고대편’이란 책의 “무지는 공포를 낳고, 지식은 확신을 준다”라는 문장에는 빨간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