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에 사는 웬디 류(47)는 최근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부모님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전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아버지는 암에 걸렸는데,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직장에서 집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류 부부의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이 대부분의 도시 가정에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한 지 불과 1년 후인 1977년 태어난 이들은 두 자녀를 양육해야 할 뿐 아니라 각자의 노부모 네 명까지 총 6명을 돌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1980년대에 형제자매 없이 자란 외동들은 한때 가족의 유일한 관심사라는 이유로 ‘샤오황디’(소황제·小皇帝)로 불렸다. 샤오황디에게는 지갑이 6개나 된다는 농담도 나왔다. 친·외가 할머니·할아버지 네 명과 부모 두 명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들이 자녀 혹은 손주에게 각각 용돈을 준다는 뜻이다. ‘6개의 지갑’을 바탕으로 샤오황디는 2000년대 중반부터 경제 급성장과 맞물려 소비 주력군으로 자리 잡았고, 한편으로는 과잉 보호 속에 자라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982년에서 2023년 사이 중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68세에서 78.6세로 증가했으며,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4.9%에서 15.4%로 급증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30년대에는 20%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한 자녀 세대가 낳은 자녀들은 졸업 후에도 취업난에 시달리며 부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을 제외한 16∼24세의 실업률은 7월 17.1%에서 8월 18.8%로 올랐다. 여기에 수입이 정체되고 자녀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의 여파로 살고 있는 집의 가치까지 하락하며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베이징대 사회학과 예측에 따르면 2030년에는 도시 지역에서 부모 모두 외동인 ‘이중 외동 자녀 가정’의 비율이 34.2%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외동인 비율은 거의 절반에 육박해 돌봄 문제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중국에 하루종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7700만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베이징대 연구도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비 억제 효과를 가져와 그러잖아도 휘청이는 중국경제 전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3.3%로 지난해(5.2%)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학자 황원정(黃文政) 중국 및 세계화센터(CCG) 비상주 선임 연구원은 “정부는 미래의 경제 문제가 지나치게 줄어드는 인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중국처럼 한 국가의 연간 신생아 인구가 불과 7∼8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사례는 없었으며, 문제의 근원은 한 자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