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5위 차지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임하는 KT 이강철 감독 “이제 5위팀이 한 번 이길때가 됐다”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2024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열린 2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는 묘한 여유가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KBO리그 역사상 첫 5·6위 결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덕에 이날 잠실에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5위 결정전 SSG 랜더스와 kt wiz의 경기. 4-3으로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감독은 “어제는 진짜 무조건 이겨야된다는 생각이었다면, 오늘은 좀 여유가 있는 것 같다”라고 입을 뗀 뒤 “꼭 5위를 해서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을 5년으로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기록을 계속 이어가야 팀의 레벨이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5위 자리가 절실했다”라고 설명했다.

 

SSG와의 5·6위 결정전에서 이 감독은 1-3으로 뒤진 8회 무사 1루에서 대타로 오재일 카드를 냈다. 마운드에는 좌완인 김광현이 있었기 때문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오재일은 안타로 찬스를 이었고, 후속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3점포가 터지면서 이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이 감독은 “기사를 보니 오재일 대타 카드에 대해 설왕설래가 좀 많더라. 경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타자들이 너무 쉽게 타격을 하고, 죽더라. (김)민혁이가 좌타자고, 김광현과 상대전적도 좋지 않아서 (오)재일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가 가진 데이터상에는 오재일은 김광현 상대로 좋았다. 최근 키움전부터 타격감도 좋았고, 무엇보다 큰 것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타자가 맞다고 봤다”라고 설명한 뒤 “(오)재일이가 안타를 쳤기에 망정이지 못 쳤으면 기사 내용대로라면 큰 일 날뻔 했다”라고 웃었다.

1일 경기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 랜더스와 kt wiz의 5위 결정전 경기, 8회말 무사 1루 상황 오재일이 안타를 친 뒤 베이스를 밟고 있다. 뉴시스

2015년부터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4위팀들이 모두 이겨내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차전까지 끌고간 사례도 2016년의 KIA와 2021년의 키움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1경기만 이기면 되는 4위팀과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5위팀 간에는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나온 결과다. 이 감독에게 ‘언젠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이 4위팀을 꺾을 것 같다’라고 묻자 “그래서 기대가 된다. 한 번은 5위팀이 이겨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마법사 군단이기도 하고, 어제 승리의 여세를 몰아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이겨내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날 KT의 선발은 윌리엄 쿠에바스다. 이 감독은 “오늘 이겨야 내일도 경기할 수 있지 않나. 내일 선발은 크게 의미두지 않고 오늘 이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어제 1.1이닝 던진 (소)형준이가 내일은 등판이 된다. 그러니 1+1 전략 등으로 투수를 붙여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우선 오늘 쿠에바스가 잘 던져줬으면 한다. 길게 이닝을 끌어가줬으면 좋겠다”라면서 “어제 1.2이닝을 소화한 (고)영표는 오늘도 대기 명단에 넣었다. 상황봐서 등판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